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가수 탕찬(41·사진)은 2011년 말 갑자기 팬들로부터 사라졌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중화권 언론을 통해 온갖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당·정·군 고위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호화생활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복역 중에 이미 사형이 집행됐다’는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한국 정보원과 교제하며 정보를 누설했다’는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미스터리로 남았던 그의 행적이 드디어 드러났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탕찬이 후베이성의 한 교도소에서 부패죄로 복역한 뒤 지난 2월 가석방됐다”고 전했습니다.
후난성 주저우 출신인 탕찬은 우한음악학원을 졸업한 뒤 1996년 국가가무단인 ‘중국동방가무단’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러시아인의 피가 8분의 1 섞였다고 밝혔듯 서구적인 미모의 탕찬은 승승장구했죠. 관영 CCTV의 주요 공연에 주연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배경’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2010년에는 인민해방군 베이징군구 ‘전우문공단’에 입대, 3급 대교(준장) 계급을 받습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2003년 한·중 가요제 때 한국에 초청됐고 2005년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중국어판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탕찬이 어느 날 갑자기 ‘공공의 정부(情婦)’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부패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낙마한 중국 실력자들의 추문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백 마리 암탉을 거느렸다고 해서 ‘백계왕’이란 별명을 가진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을 비롯해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구쥔산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 등 그와 연관된 이름은 그야말로 ‘대형 호랑이’(고위급 부패관리)였습니다.
화려했던 중국 최고의 여가수는 이제 부모도 찾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TV 화면에 등장한 탕찬의 부모는 “딸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카메라 앞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당과 정부의 정책을 믿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죠.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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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사망설 中 ‘공공의 情婦’ 탕찬 미스터리 풀렸다
입력 2016-06-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