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박의 새누리 당권 접수 시나리오 가당치 않다

입력 2016-06-14 17:52
새누리당 친박계가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黨權)을 잡기로 작정한 것 같다. 당권을 접수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말 후안무치하다. 4·13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그리 매서운 채찍질을 당하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근래 친박 행태는 총선 전보다 오히려 더 패권화됐다. 친박의 편 가르기와 비박에 대한 노골적인 막장 공천이 결정적 선거 패인이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친박 스스로 총선 직후 고개를 숙였고 며칠 전 워크숍에서는 계파 해체 선언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실천 의지가 없는 허언(虛言)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제 상임위원장 경선은 친박 패권주의가 노골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회 핵심 상임위 중 하나인 기획재정위원장 선거에서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온 조경태 의원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과 이종구 의원은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표 차로 졌다. 친박계의 조직적 비토가 당내에 뿌리가 전혀 없는 조 의원에 대한 몰표로 이어졌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친박 대 비박 표 대결이 벌어진 다른 상임위에서도 친박은 완승했다.

전대 날짜를 올림픽 기간인 8월 9일로 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친박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일반 국민들의 무관심을 틈타 친박계의 당원 투표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당권을 겨냥한 친박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주영, 홍문종, 이정현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며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도 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총선 후 여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친박 2선 후퇴론’은 어느 새 사라지고 대신 브레이크 없는 폭주만 자리 잡은 셈이다. 덩달아 친박의 팀플레이도 날로 살아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친박이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도 앞장서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친박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가. 이미 친박은 총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을 물리적으로 저지해 좌절시켰다. 이런 친박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한다면 새누리당을 선뜻 지지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박근혜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친박은 지금이라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대통령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뒤로 물러나 새로 선출될 당 지도부를 돕는 게 옳다. 과거 집권당의 주도 세력들은 선거에서 지면 한동안 자숙하며 때를 기다렸다. 작금의 친박은 기본적인 정치적 도의마저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