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을 ‘자생적 극단주의 테러’로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범 오마르 마틴이) 이슬람국가(IS)에 충성맹세를 했지만 실제 IS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는 현재 없다”며 “그가 또 다른 음모의 일부분이라는 증거도 현 단계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미국 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극단주의의 한 사례로 보인다”며 “범행동기와 배경을 수사 중이지만 총격범은 인터넷을 통해 극단주의에 물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틴이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테러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가 범행 장소로 택한 게이클럽을 사전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관광객이 몰리는 디즈니월드를 정찰했다는 증언도 있다.
플로리다 지역매체 올랜도 센티넬은 게이클럽 ‘펄스’에서 마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단골 고객이 많다고 보도했다. 펄스를 정기적으로 방문한 타이 스미스씨는 “사건이 터지기 전 클럽에서 마틴을 12번 이상 봤다”고 주장했다.
주간지 피플은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마틴이 테러를 하기 전 올랜도 디즈니월드를 정찰했다”며 “디즈니월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소프트타깃”이라고 보도했다.
마틴이 이슬람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두 차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사실도 밝혀졌다. 사우디 내무부는 마틴이 2011년 3월 열흘간 체류한 데 이어 2012년 3월에도 8일간 사우디에 머문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마틴은 두 차례 사우디 방문 당시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방문했다. FBI는 무슬림인 마틴이 성지순례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테러조직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마틴이 2013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관찰자 명단에 올라 10개월간 조사를 받고도 무혐의로 풀려난 수사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마틴은 당시 “나는 헤즈볼라의 일원이며 알카에다 중에 가족이 있다”며 “당국이 아파트를 급습해 아내와 자식을 공격하면 순교자처럼 죽겠다”고 직장동료에게 말해 FBI 조사를 받았다.
FBI는 이후 마틴을 감시하고 전화를 도청했으며, 정보원을 투입해 마틴이 테러리스트가 됐는지를 조사했다. 통상 6개월 걸리는 조사과정이 한 차례 연장돼 10개월로 길어졌다. 그러나 FBI는 라이벌 관계인 헤즈볼라와 IS 모두에 인연이 있다는 마틴의 진술이 모순되고, 달리 실질적인 위협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종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마틴의 총격에 희생된 사망자의 90%가 히스패닉”이라며 “히스패닉 사회가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 히스패닉연맹의 조우 콜론 국장은 “히스패닉이 테러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히스패닉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는 미국 50개주 중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세 번째로 많다. 히스패닉은 미국 인구의 17%를 차지하며, 그중 24%가 플로리다에 산다. 최근 푸에르토리코 경제위기 등으로 플로리다로 유입되는 히스패닉 인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번 테러로 상처받은 히스패닉 사회의 응집력이 오는 대선에서 어떤 선택으로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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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IS연계 증거 못 찾아… 자생적 테러” 규정
입력 2016-06-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