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항공우주국이 화성에 물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자 지구촌이 들썩였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물은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파리는 35년 만의 대홍수로 센강이 범람 위기에 처했고, 3월엔 중국 남부의 홍수로 750만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런 때 반가운 정책이 발표됐다. 에너지·환경·교육 등 3대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에 포함된 물 관리 일원화가 그것이다. 그동안 팔당댐 등 10개 수력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소양강댐 등 18개 다목적댐은 K-water가 관리하는 이원 체계였는데 정부에서 미래 물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물 관리 전문기관 K-water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수력발전댐을 전체 물 관리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운영하면 유역 전체에 고도화된 강우 예측 및 홍수·가뭄 분석 기술을 적용해 더 효율적인 물 관리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 한강 수계의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을 실시간 연계 운영하면 연간 홍수조절용량 2.4억㎥을 추가 확보하고, 8.8억㎥의 물을 더 저장해 홍수·가뭄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1.1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영주댐 약 5개를 건설하는 효과다. 또 상류댐의 방류량 조정으로 녹조 저감 등 수질이 개선되고, 북한강 수계는 북한의 수공(水攻)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화된다.
이렇게 국가 물 관리에 한 획을 긋는 댐 관리 일원화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해묵은 과제였다. 그렇기에 정부의 이번 결정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물 관리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한 결단은 무엇보다 국익을 앞세운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왕에 시작된 물 관리 백년대계를 제대로 정착시켰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 관리 기본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물 관리 선진국들은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고 국내에서도 많은 전문가가 촉구하고 있지만 15대 국회 이후로 수차례 법안만 발의되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여 우리나라 물 관리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계현(인하대 교수·한국대댐회 부회장)
[기고-김계현] 물 관리 백년대계의 첫 걸음 떼다
입력 2016-06-14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