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감염된 교육정보시스템… 기술제안서 표절 의심 업체와 계약, 뒤늦게 해지 요구

입력 2016-06-14 04:11

공공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대형 사업에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민간업체들은 경쟁업체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다. 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은 2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어 놓고 다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이 사업은 ‘나이스’ ‘에듀파인’ 등 교육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하는 사업이다. 나이스는 학생 성적관리는 물론 교육 전반에 관한 업무를 전산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180여개 교육지원청, 각 학교 행정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주요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할 때까지 아무런 감시 장치도 없었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C업체는 조달청과 계약을 맺고 지난 3월부터 교육정보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업체가 애초 조달청에 제출했던 기술제안서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입찰에서 A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B업체의 과거 제안서를 고스란히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C업체 제안서 곳곳에는 ‘표절의 흔적’이 묻어 있다. 300장 분량의 제안서 가운데 80여곳에서 동일한 그림과 도표, 문구가 사용됐다고 한다. B업체 로고로 추정되는 그림도 있었다. C업체는 사업 대상 기관을 ‘17개 시·도교육청’이 아니라 ‘15개 시·도교육청’으로 적었는데 이는 B업체의 옛 제안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과거 기준을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국가계약법은 부정행위를 한 업자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있다. ‘입찰서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 등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입찰 참가 업체들은 ‘모든 서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작성한다’는 서약서도 제출한다.

그러나 ‘표절’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교육학술정보원도 표절 여부를 검토했지만 계약 해지 사유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조달청도 “일부 중복된 표현이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시 제안서 평가에 참여했던 평가위원들은 심사 과정에서 ‘표절’을 걸러낼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D위원은 “기존 제안서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제안서를 처음 본 사람은 표절 여부를 알 수가 없다”며 “단순 오타인지 표절인지 평가 시간 내에 확인하기는 어렵다. 규모가 큰 사업은 사전 검토를 늘리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위원은 “제안서 두께가 사전처럼 두꺼운데 그걸 어떻게 제한된 시간 안에 다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교육학술정보원이 현재 계약 해지 사유로 거론하고 있는 ‘기술지원확약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교육학술정보원은 입찰 공고 때부터 기술지원확약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C업체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C업체는 낙찰 이후 계약과정에서 교육학술정보원이 추가로 기술지원확약서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달청 측은 “교육학술정보원과 C업체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본 다음 계약 해지가 타당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판 이가현 기자 pan@kmib.co.kr

[사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