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롯데그룹 사정 수사는 지난해 수면 위로 드러난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사실상 도화선이 됐다.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비상장사를 통한 ‘깜깜이’ 그룹지배 등 언제 폭발할지 모를 폭탄의 도화선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쏟아진 여론의 집중 포화는 결국 검찰이 총수 일가에 칼날을 겨누는 상황을 불러왔다. 금융권에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문제를 대략 네 가지로 짚고 있다.
67개 순환출자 고리로 그룹지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와 증권가 등의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다른 상장 재벌기업들에 비해서도 유독 불투명하다. 우선 순환출자를 통한 내부 지분율 확대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내부 지분율은 전체 계열사 자본금 중 오너 일가나 계열사들이 보유한 주식 비중을 뜻한다.
지난 2월 기준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4%밖에 되지 않지만, 내부지분율은 85.6%에 달한다. 2001년 27.1%이던 것이 꾸준히 늘었다. 주요 9개 그룹 평균 내부 지분율은 53%다.
총수 일가가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한몫했다.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폐쇄적 구조를 갖춘 것이다. 2014년 4월 기준 롯데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는 무려 9만5033개에 달했다. 지난해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신동빈 회장은 순환출자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까지 순환출자를 67개로 줄였지만 아직 대기업 집단의 전체 순환출자(94개) 중 71.3%를 차지한다.
최상위 핵심 계열사들은 비상장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최상위 핵심 계열사들이 비상장사라는 점도 문제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을 소유한 한국 호텔롯데가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으나 검찰 수사로 무산됐다.
호텔롯데가 상장됐더라도 대주주인 일본 내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12곳은 비상장사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기준 호텔롯데 지분을 각각 19.07%, 72.65% 소유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를 27.65% 소유한 사실상의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광윤사도 비상장사다.
호텔롯데를 일본 소재 법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데다 상장도 돼 있지 않아 국부유출 논란과 함께 기업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86개사 중 기업공개 된 상장사도 8곳뿐이다. 자본금 대비 공개비율은 13.7%에 그쳤다. 지난해 41개 대기업 집단의 평균 공개비율인 56.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반대 없는 거수기 이사회
총수 일가 등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상장 8개사의 2010∼2014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사회 전체 안건 1268건 중 반대 의결은 한 건도 없었다. 내부 지분율이 높은 만큼 내부거래를 엄격히 감시해야 했지만 관련 위원회 활동도 미진했다. 롯데 그룹 내 내부거래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72.2% 정도였다. 다른 41개 대기업 집단 평균인 86.7%에 못 미쳤다.
특히 같은 기간 법무법인 및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이 유독 많았다. 법무법인 출신은 22.2%, 감독기관 출신은 18.5%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주요 400개 상장사 평균보다 각각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비율은 2006년 16%에서 지난해 42%로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감시에 필요한 전문성보다는 대관업무에 적절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장사 ‘짠물’ 배당, 논란되자 확대
롯데그룹 상장사는 대표적인 ‘짠물’ 배당 기업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다른 상장사들에 비해 주주에 회사의 이익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롯데그룹 상장사의 과거 10년간 현금 배당성향은 평균 6.2% 정도였다. 거래소 상장기업 1264개사 평균(17.2%)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금배당과 주가상승을 감안한 총 주주 수익률은 2014년 기준 -24.6%를 기록했는데 당시 코스피 수익률이 -4.7%였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 주주들은 유독 더 많은 손실을 입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평균 배당성향을 지난해 22.4%로 대폭 올렸지만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한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롯데 ‘깜깜이 지배구조’가 檢 수사 자초했다
입력 2016-06-14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