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은 또 한 명의 ‘외로운 늑대(Lonely wolf)’가 일으킨 증오범죄였다. 외로운 늑대는 외부 테러단체와 연계하지 않고 스스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해 테러를 벌이는 개인을 말한다. 이번 테러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한 미국 현지의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무차별 살인극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 부부의 총기난사로 14명이 숨진 지 6개월 만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미국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 반복되는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총기난사 후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오마르 마틴(29)은 범행 현장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 “나는 IS에 충성맹세를 했다”고 밝혔다. IS 공식 선전매체인 ‘알바얀 라디오’도 13일 성명에서 “미국의 이슬람 칼리프 전사가 십자군 모임에 침투해 100여명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IS가 마틴에게 직접 범행을 지시했거나 마틴을 훈련시킨 단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틴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시민권자다. 플로리다 포트피어스에서 자란 그는 이미 수사 당국으로부터 잠재적인 극단주의자로 분류됐다. 연방수사국(FBI)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및 2014년 시리아 자살폭탄 테러 사건 직후 마틴을 조사했으나 테러와 연관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마틴은 포트피어스의 이슬람 사원에 다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틴의 아버지 세디크 마틴이 탈레반을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세디크 마틴은 WP에 “아들이 시내에서 남자 2명이 키스하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틴이 이슬람 사원에서 테러리스트를 접촉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또 동성애 혐오 때문에 게이클럽을 택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테러행위이자 증오행위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미국사회에 숨어 있는 ‘외로운 늑대’를 색출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안보 시설이 아니라 토요일 밤에 사람들이 모인 곳을 노리는 ‘소프트테러’를 사전에 막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놓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합동 유세를 취소하는 등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계속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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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외로운 늑대’의 공격… 미국이 떤다
입력 2016-06-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