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4·13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지도부 발탁 인사라 하더라도 비례대표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 당규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근아 전 국민의당 추천위원장은 “비례대표 지도부 추천 몫을 규정한 당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13일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공천의혹 조사 여부는 추후 검토키로 했다. 김 의원 파동이 당내 갈등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환부를 직시하기보단 눈앞의 허물 가리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규정’ 당규 48조는 추천위에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이나 최고위원회 추천을 받아 자격심사 및 추천위 심사·의결을 거쳐 확정된 자를 비례대표 후보 추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이라도 반드시 추천위 심사를 거치도록 한 규정이다. 당시 일부 지도부가 “당규가 빡빡하다. 지도부 운신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할 정도였지만 ‘새정치’를 내세워 이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김 의원의 경우 추천위원조차 발표 당일 비례대표 공천 및 7번 배정 사실을 알게 됐을 정도로 ‘깜깜이’ 인사였다(국민일보 6월 13일자 1면 참조).
천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7번은 안정권이 아니다 보니 인재 영입이 쉽지 않았다. (규정에 따라)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당선안정권 내 20%를 당 대표가 전략 공천할 수 있게 한 당규가 있지만, 국민의당엔 없다. 국민의당은 이태규 의원(비례대표 8번) 공천을 두고도 공천관리위원의 비례대표 공천을 금지한 당규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개정하면서까지 강행했다.
창당 시 당규제정·경선규칙 TF 단장이었던 박주현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모든 게 미비한 상태에서 출발한 탓에 당헌·당규에도 불구하고 최고위 의결 통해 마지막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당헌·당규가 전부 그렇긴(엄격하긴)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당이 지도부가 바로 결정했던 관례를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비례대표제도는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데, 김 의원의 경우엔 여전히 당 내부 힘의 관계로 공천이 결정된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법조인 출신 박주선 최고위원과 김경진 김삼화 의원 등 4명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공천 의혹 조사 여부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손금주 대변인은 “조사범위는 1차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사건(정치자금법 위반)에 한정한다”며 “일단 선관위 고발 사건을 확인한 뒤 (공천과정 조사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문동성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국민의당, 비례대표 ‘지도부 발탁 공천’ 당규는 없었다
입력 2016-06-14 04:02 수정 2016-06-15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