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3월 차량전용도로로 개통돼 지난해 12월 폐쇄까지 45년간 산업화시대 상징이었던 총 938m의 서울역고가가 2017년 4월부터 사람이 머무는 공간, 초록 보행길로 바뀐다. 서울역고가는 주변 17개 보행길과 연결돼 서울역광장, 남산공원, 숭례문, 남대문시장, 중림동, 만리동, 청파동 등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서울역고가를 공중정원 및 보행길로 조성하는 사업은 70년 개통된 17m 높이의 고가를 17개 주변길로 연결시킨다는 의미에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불린다. 서울의 명소가 될 서울역고가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짚어본다.
“하이라인도 마찬가지지만 서울역고가는 기본적으로 그린웨이(산책길)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카페 등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나 전망, 경관시설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훨씬 더 새로운 해방감, 행복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곳이 될 것입니다.”
2014년 9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파크.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 기자브리핑을 통해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철거될 예정이던 서울역고가를 산업화시대 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도로로 인해 분산되고 단절된 도시를 보행길로 다시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자신이 영감을 받은 하이라인파크에서 밝힌 것이다.
박 시장은 “도시 발전이 예전처럼 건설의 시대가 아니라 과거의 문화적, 예술적 전통 유산들을 되살리거나 연결하는 재생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서울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큰 패러다임 전환이 있는데 서울역고가가 그런 것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 시장이 ‘서울역고가 하이라인파크 조성’ 구상을 처음 밝힌 것은 2014년 5월 16일이다. 민선 6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박 시장이 뉴욕 하이라인파크에 가서 즉흥적으로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박 시장은 2014년 민선 6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이 나아갈 바는 ‘도시재생’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서울역고가는 서울 도시재생의 표상으로 ‘차량의 길’에서 ‘사람의 길’로, ‘그저 통과해버리는 공간’에서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당시 공약집을 보면 18번째 공약으로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 서울역고가 하이라인파크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공약집은 근현대 역사자원으로서 서울역고가의 재활용 방안이 요구되며 초고층 빌딩이 아닌 서울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사업성 확보를 위한 연계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서울역고가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역 랜드마크화 및 남산과의 생태적 연계를 추진하고, 만리동에서 남산육교까지 연결해 녹지 축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서울역고가 철거를 위한 당초 사업비 180억원과 하이라인파크 조성을 위한 안전시설 보강 및 조경비 등 시비 238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공약한 대로 서울역고가 하이라인파크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우선 2014년 8월 27일 서울역고가 사업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15년 1월 29일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논의 경과, 현재 고민의 지점들, 시민들과 함께 그려 나갈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서울역고가 활용방안 논의과정에서 남대문시장 상인 및 주변지역 주민들과의 면담, 시민토론회, 전문가포럼, 사업설명회,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개하면서 “반대의견을 더 소중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입장이 다른 다양한 의견을 끝까지 듣는 것이 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렇게 찾은 답은 행정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5년 1∼4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국제현상공모를 실시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및 조경가인 비니 마스가 설계한 ‘서울수목원’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이어 2015년 11∼12월 국토교통부 우회도로 노선변경 승인을 받고, 서울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심의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를 통과했다. 올해 2월에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본설계안을 확정 발표한 뒤 4월 보행길 전환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2017년 4월이면 차가 다니던 서울역고가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공중정원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초록보행길 명소로 거듭나게 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초록보행길 서울역 고가] ‘차량의 길’서 ‘사람의 길’로… 도심속 ‘초록 해방구’
입력 2016-06-14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