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분류기준을 재편한다. 그동안 서비스산업의 기준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정부 예산이 서비스산업 R&D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발표되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서비스산업 R&D 분류기준을 새롭게 구축해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법안 통과와는 상관없이 해당 업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R&D 분류기준 정립도 이번에 발표하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포함돼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 R&D 투자에 야박했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장병열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R&D 예산은 1052억원으로 국가 차원의 R&D 사업 전체 예산 18조8900억원의 0.56%에 불과했다. 올해 예산은 이보다 19억원 줄어든 1033억원이다.
앞서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년 주기로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R&D 중 서비스업 비중은 2013년 기준 8%에 불과해 OECD 평균 38%보다 한참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비스발전법에 R&D의 효과적 지원을 위한 개념 정의와 투자 확대 등을 규정했다. 전체 27개 조문 중 3분의 1인 9개 조문이 R&D 지원 내용이다.
기재부는 정부와 기업이 서비스산업 R&D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불명확한 개념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최근엔 제조업과 융합하면서 서비스산업은 더 애매모호해졌다.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은 물론 부품, 신소재 등 기술개발 소재도 명확해 각 소관 부처들이 분류기준을 만들어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전 부처 R&D 사업을 심의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심의회조차 서비스산업 R&D의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산업 R&D 투자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래부가 서비스산업 R&D 예산이 많다고 강조했다”면서 “내역을 살펴보니 예산 투입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려고 제조업에 들어가야 할 R&D까지 서비스산업에 욱여넣은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재부는 장 박사가 개별 기업에 제안한 R&D 모델을 국가 차원의 R&D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제조업 R&D의 기본은 새 기술을 도입해 수율을 개선하는 단순 구조다. 반면 서비스산업 R&D는 사회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개발과 비즈니스모델(BM) 외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구까지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서비스산업 R&D 분류를 명확하게 할 경우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BM을 개발한 뒤 기술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확실성이 높고 투자 회수도 빠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식당부터 의료까지 광범위한 데다 형태도 다양하고 최근 제조업과도 융합해 분류하기가 어렵다”면서 “분류기준이 도입되면 효과적인 R&D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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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비스산업 R&D 분류부터 다시 한다
입력 2016-06-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