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대도 ‘월세 노예’ 수입 57% 집주인 손에

입력 2016-06-13 18:08 수정 2016-06-13 18:29

방 한 칸 얻기 어려운 것은 한국 젊은이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영국 런던에서 젊은이가 원룸 하나를 얻기 위해선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컨트리와이드와 영국 통계청(ONS)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영국 런던 원룸의 평균 월세는 1133파운드(약 189만원)로 30세 이하 근로자의 평균 실소득(세금을 공제한 수입)의 5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전체에서 원룸의 평균 월세는 746파운드(약 124만원)로 근로자 평균 실소득의 48%다. 2007년 41%에 비해서도 상당히 올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20.3%를 기록했다.

영국 전체 월세가구의 평균 임대료는 907파운드(약 151만원)로 전년보다 5.2% 상승했다. 가디언은 영국의 주택 임대료가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주택시장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임대료 상승세는 도무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집을 살 경제적 여력이 없거나 외지에 나와 살아야 하는 이들이 직격타를 맞는 셈이다.

임대료가 턱없이 높아지면서 2명 이상이 합쳐 월세를 내고 같이 사는 하우스셰어링도 늘고 있다. 가디언은 임대 시장에서 1인 가구 비율은 2007년에 비해 소폭(3%) 감소한 반면, 4∼5인 가구 비율은 증가했다고 전했다.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기만의 방’을 포기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고민거리다. 지난해 미국 부동산 리서치업체 데모그라피아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평균 주택가격은 연평균 가구소득의 17배로 집계됐다. 온 가족이 17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평균 주택매매가가 가구소득 대비 각각 10.6배, 9.2배를 기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