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 재판 시작됐는데… 열쇠 쥔 브로커는 ‘감감’

입력 2016-06-13 18:09 수정 2016-06-13 21:17
“재판 시작 전에 피고인의 권리인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최유정(46·여·구속) 변호사를 향해 형사합의23부 현용선 부장판사가 진술거부권을 설명했다. 연옥색 수의를 입은 최 변호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최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12∼14년 후배인 좌우 배석 판사 2명도 법대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봤다. 최 변호사는 2007∼2008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최 변호사는 30분간 진행된 첫 공판준비기일 내내 법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취재진 등 50여명이 들어찬 방청석 쪽으로는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최 변호사 측 변호인은 “검찰 수사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까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전날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재판부 교제·청탁 명목으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수차례에 걸쳐 50억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인베스트 투자사기 사건’ 등으로 구속 기소된 송창수(40) 대표에게 보석석방·집행유예가 나오게 해주겠다며 지난해 6∼10월 총 50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하지만 최 변호사와 정운호·송창수 대표 간 ‘연결고리’였던 핵심 브로커 이동찬(44·수배 중)씨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른바 ‘정운호 법조비리’로 최 변호사와 홍만표(57) 변호사, 브로커 이민희(56)씨 등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씨만이 수사기관을 피해 40일 이상 도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과거 구치소에서 만나 알게 된 송 대표를 지난해 최 변호사에게 소개해줬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수임·변론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과 수임료 100억원의 행방 등을 입증할 핵심인물로 이씨를 지목했지만 아직까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정운호·송창수 대표와 관련한 사건 청탁을 대가로 전현직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부 경찰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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