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동빈 자금관리 담당, 처제집 숨겼던 30억 찾아내

입력 2016-06-13 18:06 수정 2016-06-13 21:28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붉은 원)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구성찬 기자

검찰이 롯데호텔 신관 33층 비밀 방에서 총수 일가의 자금 입출금 내역이 적힌 서류를 찾아냈다. 이른바 ‘비자금 장부’인지 분석에 들어갔다. 신격호·신동빈 회장 부자(父子)가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자금을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13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소속 이모(57) 전무 등 회장들의 자금관리인 4명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무로부터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금고에 있던 현금과 서류 등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애초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가 검찰 수사 직전 박스에 담아 서울 양천구의 처제 집으로 옮겨놨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팀을 급파, 처제 집에서 현금 30여억원과 서류뭉치를 발견해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찾아낸 서류 분량이 꽤 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정책본부 비서실에서 근무한 ‘신동빈 사람’이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을 24년 동안 보좌하던 김성회(72) 전무를 대신해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같은 해 10월 이 전무에게 전격 해임을 통보했다. 이른바 ‘롯데호텔 34층 장악 혈투’ 과정의 일이었다. 이 전무는 “비서실장을 관둘 때 금고에 있던 물건들을 인수인계하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지난 10일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는 이미 금고가 비어 있었다. 검찰은 이 전무가 신 회장 지시에 따라 기밀서류를 회사 밖에서 보관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자금관리인 조사에서 롯데호텔 33층에 비서실 전용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외관상으로 일반 객실과 차이가 없어 일반 직원들도 잘 몰랐다고 한다. 10일 압수수색 때도 파악되지 않은 곳이다. 검찰은 바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방 안에 있던 금전출납부와 다량의 통장을 확보했다. 회장 가족의 자금관리 행태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단초가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무 등으로부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각 100억원대, 200억원대 자금을 받아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여러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섞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롯데 비서진은 급여와 배당금으로 정당하게 지급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커서 성격을 파악 중”이라며 “계열사에서 어떤 형태로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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