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불똥 튄 은행들… 충당금 쌓기 나서

입력 2016-06-13 18:11 수정 2016-06-13 19:02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서울 중구 본사에 13일 선박 모형이 전시돼 있다.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 가운데 주채권단은 "파업 땐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윤성호 기자

시중은행이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돈의 성격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 확정해 2분기 지표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대출 규모는 옛 외환은행 시절 3860억원을 비롯해 총 8250억원 규모다. 요주의로 건전성을 낮춘다면 전체 신용공여액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는 약 550억원이다.

1분기 결산 때는 KB국민은행만 대우조선 대출금의 건전성을 강등했으나 이후 신한은행도 재평가하면서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세 번째가 될 전망이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이자 연체가 없다는 이유로 대우조선을 계속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과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51%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도 아직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농협은행은 김용환 지주사 회장이 ‘빅 배스(Big bath)’를 언급하는 등 부실 털어내기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빅 배스는 목욕탕에서 묵은 때 벗기 듯 기업이 한 회계연도에 부실을 일괄 반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농협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뒤늦게 해운·조선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말 기준 13개 해운·조선 기업에 5조6000억원 규모의 돈을 빌려준 상태다. 6대 시중은행 가운데 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장 크다.

한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은 이날부터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 주는 수신금리를 일제히 낮추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거치식 및 적립식 예금금리를 0.1%에서 0.2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우리사랑플러스정기예금’의 1년 기준 기본금리가 연 1.60%에서 1.35%로 0.25% 포인트 낮아진 게 대표적이다. KEB하나은행도 ‘행복투게더 정기적금’을 연 1.90%에서 1.70%로 0.20% 포인트 낮췄다.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 내에 수신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돈이 어디로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아파트 분양권 시장과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 집계 결과 1분기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잔액은 158조33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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