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는 미국에서 빈발하는 총기 사건의 하나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한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난 데다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계 무슬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테러리즘 대응과 총기규제가 대선 이슈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놓고 상당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슬람의 테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2001년 알카에다가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것처럼 미국에 대한 이슬람의 적개심이 테러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무슬림 입국금지 주장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클린턴은 범인이 동성애자들을 겨냥한 것을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 우려와 강력한 총기규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경선 과정에서 무슬림의 일시적 입국금지를 촉구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슬람국가(IS)를 이른 시일 안에 단호하게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무슬림 입국금지’ 주장은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테러 대처의 긴급성을 강조한 트럼프의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트럼프 캠프는 분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는 총기난사 사건 직후 “우리 지도부는 유약하고 비효율적이다. 나는 무슬림 입국금지 필요성을 알았고 요구했다. 우리는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총격범 오마르 마틴이 테러 공격을 저지른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범인의 아버지 세디크는 “아들의 범행이 종교와는 관련이 없다”며 “동성애자에 대한 분노가 그를 범행으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면 강력한 총기규제 필요성을 주장한 클린턴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슈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으로 공화당이 분열을 수습하고 하나로 뭉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일지라도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화당 경선에서 최대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면서 테러 위협에 대한 보다 공세적 접근을 요구했다. 플로리다주의 표심이 급격히 보수 성향으로 기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플로리다가 11월 대선의 최대 경합주라는 점에서 트럼프에 크게 유리할 수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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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오른 트럼프 “무슬림 입국 금지, 내 말이 옳았다”
입력 2016-06-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