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테러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의 펄스클럽은 총격이 시작된 10일 오전 2시부터 범인이 경찰에 사살된 오전 5시를 조금 넘긴 3시간여 동안 ‘공포의 처형장’ 그 자체였다. 클럽 안에서 범인에 붙잡혀 있던 이들이 페이스북에 “더 살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렸지만 50명은 결국 아침을 보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클럽에 도착한 것은 오전 2시다. 포트피어스에 있는 집에서 차를 몰고 193㎞를 달려왔다. 그는 한 치도 망설임이 없었다. 도착한 뒤 총을 쏘기 시작하기까지 2분도 안 걸렸다.
마틴이 AR-15 반자동 소총(사진)과 권총을 챙겨 들어갔을 때 클럽 안에는 300명 정도가 있었다. 서로 다른 세 곳에서 각기 다른 음악이 울려 퍼졌다. 마틴이 총을 쐈지만 음악소리에 대부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취기도 올라 있었다. 크린스 한센은 “총소리가 음향효과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클럽 DJ 래이 리베라는 “폭죽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리베라가 음악을 줄인 뒤에야 현실을 파악한 이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화장실로 뛰어들고, 클럽 내부 각종 칸막이 뒤로 몸을 숨겼다. 리베라가 DJ가 머무는 공간을 개방하고, DJ가 오가는 뒷문을 트면서 100명 정도가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입구와 뒷문을 제외하곤 비상구조차 없어 사상자가 많았다.
아울러 총기 사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AR-15는 30발 이상의 연발이 가능해 범인이 쉽게 수십명을 살상할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군용 소총인 M-16을 사냥용으로 개조한 AR-15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때도 사용됐다. 미 전역에 400만정이 보급돼 있다.
마틴은 총질을 하고선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인질극 도중 마틴이 911에 전화해 자신이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연루됐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인질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다. 중간중간 인질을 사살하는 총소리가 이어졌다.
경찰은 오전 5시쯤 벽을 부수고, 내부를 파악하려고 폭탄제거 로봇을 진입시켰다. 하지만 로봇이 보내온 영상에서 건전지가 보이자 경찰은 잠시 주춤했다. 마틴이 폭탄을 설치하며 떨어뜨린 건전지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상황을 좀 더 파악한 뒤 폭탄이 아니라고 결론 내고 특수기동대(SWAT)를 진입시켜 마침내 범인을 사살했다.
상황은 진압됐지만 사상자 100여명이 발생한 뒤였다. 미국민 모두에게 악몽 같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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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처형장’ 된 클럽… 3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입력 2016-06-13 18:19 수정 2016-06-1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