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 朴 대통령 “말뫼의 눈물, 우리의 눈물 될 수도 있다”

입력 2016-06-13 19:05 수정 2016-06-13 21:24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운데)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 등 더민주 의원들이 박수를 치지 않고 있는 모습.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문을 연 제20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국회와의 소통 및 협력 의지를 천명했다. 동시에 기업 구조조정, 노동·규제개혁 등 정부의 국정과제를 열거하면서 국회가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줄 것도 다시 한번 요청했다.

다만 법안 처리 지연 상황을 놓고 국회를 비판하고 압박했던 과거 시정연설 또는 국정에 관한 연설과 달리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였다. 국정과제 완수를 위해선 20대 국회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년실업, 노후 불안, 자영업자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는 “국민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처음으로 “송구하다”는 표현을 썼다. 또 ‘말뫼의 눈물’을 언급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도 드러냈다.

국회 존중 속 국정 협력 요청

박 대통령은 27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3당 대표와의 회담 정례화 등을 통한 국회와의 소통·협력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20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좀 더 일찍 통과돼 국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또 20대 국회가 ‘상생·화합의 전당’이 돼줄 것을 당부하면서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민생’을 앞세워 국회 역시 국정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다”며 20대 국회의원들을 향해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직접 ‘협치(協治)’ 단어를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고 한 뒤 “정부도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단호한 의지

박 대통령은 임기 중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특히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해 ‘시장원리에 따른 기업과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이 아무리 힘겹고 두렵더라도 지금 해내지 못하면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조정이)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미루거나 회피한다면 고통은 더욱 커지고, 국가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이 파산한 코쿰스사의 세계 최대 규모 크레인을 2002년 1달러에 인수할 당시 말뫼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어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기만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 대화 역시 없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비핵화 없는 (북한의)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 비핵화 달성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비핵화 결단 없이는 남북 교류·협력 전면 중단은 물론 대북 압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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