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감사 회계법인 제재 법안 하루빨리 시행하라

입력 2016-06-13 17:46
회계법인 부실감사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회계법인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해운업체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바로 그렇다. 사전에 부실화를 전혀 경고하지 못한 채 ‘적정’ 의견만 남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조선해양 감사를 담당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다. 수년간 ‘적정’ 의견을 내다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지자 올 3월 뒤늦게 작년도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 2조원을 2013∼2014회계연도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 됐다. 부실감사가 초래한 폐해다.

금융위원회가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의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강도 제재 법안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니 다행스럽다. 지난 3월 과잉규제라는 이유로 제동을 건 규제개혁위원회가 회계법인 비난 여론이 커지자 수정안을 지난 10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수정안은 모든 부실감사에 대해 대표 제재가 가능했던 것에서 대표의 관리 소홀로 중대한 부실감사가 발생한 경우로 명확히 했다. 현행법에선 부실감사 책임을 현장 회계사에게만 묻는 탓에 회계법인 자체의 감사 품질은 높아지지 않았다. 한데 대표가 책임을 지게 되면 기업 감사에 적정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정안에는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감사나 감사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경영진이 회계법인을 고르고, 회계법인은 고객 눈치를 보면서 이뤄지는 유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한진해운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자율협약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 것도 유착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개정안은 올 정기국회에 제출된다고 한다. 국회는 법 적용 유예기간 없이 이른 시일 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