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밀턴’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비컨 시어터에서 열린 제70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1757∼1804)을 중심으로 건국 초기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미국의 연극 및 뮤지컬계 최고상인 토니상은 미국 극장연합회·프로듀서협회 공동 주관으로 매년 브로드웨이에 올라온 작품을 대상으로 각각 상을 수여한다.
‘해밀턴’은 이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극본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11개를 가져가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토니상 역사상 가장 많은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2001년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세운 12개 부문 수상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해밀턴은 카리브해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미국에 건너온 뒤 조지 워싱턴의 측근이 되어 재무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토대를 놓은 그의 얼굴은 10달러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대본, 작곡과 함께 타이틀롤인 해밀턴까지 연기한 린-마누엘 미란다는 작곡상과 대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작사, 작곡을 맡기도 했던 미란다는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해밀턴’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애런 바 역의 레슬리 오돔 주니어에게 양보해야 했다.
건국의 주역들이라는 딱딱한 소재에도 ‘해밀턴’은 랩과 힙합 등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안무를 앞세워 브로드웨이 최고 인기작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라틴계와 흑인 배우들만 캐스팅해 백인 중심의 미국 역사 인식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 연극 부문에선 추수감사절에 모인 중산층 가족을 소재로 평범한 미국 가족이 당면한 문제들을 담은 ‘더 휴먼스(The Humans)’가 최우수 작품상, 남녀 조연상 등 4개를 받았다.
연극 부문 남녀 주연상은 원로 배우들 차지가 됐다. 프랭크 란젤라(78)가 ‘아버지(The Father)’로 생애 네 번째 토니상을 차지했고, 제시카 랭(67)은 ‘밤으로의 긴 여로’로 생애 첫 토니상을 받았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때문에 내내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회색 리본을 가슴에 다는 것으로 연대감을 표시했으며, ‘해밀턴’ 팀은 축하 무대에서 필수 소품인 소총도 없이 공연하는 것으로 애도를 표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뮤지컬 ‘해밀턴’, 토니상 11개 부문 휩쓸다
입력 2016-06-13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