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롯데, 주력사업 ‘올스톱’ 위기

입력 2016-06-13 18:05 수정 2016-06-13 19:05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호텔·면세점·화학 등 주력사업 전 분야에서 휘청대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면세점 사업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던 호텔롯데 상장은 무산됐다. 롯데케미칼을 세계 10위권 화학회사로 키울 기회로 여겨졌던 인수·합병도 물 건너갔다. 면세점 특허심사와 연말 월드타워 개장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13일 금융위원회에 호텔롯데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으로 상장일정을 연기한 지 6일 만에 나온 철회 결정이다. 검찰의 칼끝이 롯데그룹 전반을 향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상장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는 신고서에서 “당사에 대한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대표주관회사 동의 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에 이번 상장 무산은 뼈아프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계 주주들의 장악력을 줄이고,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 또 4조∼5조원대에 육박하는 공모액을 확보해 호텔과 면세점 사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실탄’으로 쓰려 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를 위해 직접 기업설명회까지 참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는 목표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수사와 향후 이어질 재판을 고려하면 재상장이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검찰이 집중하고 있는 비자금 문제가 중대 회계문제로 번질 경우 상장규정에 따라 향후 3년간 재상장 시도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 인수도 무산됐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액시올 인수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일(미국 현지시간)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롯데케미칼은 4조원에 달하는 액시올 인수를 통해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세계 12위 규모의 화학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사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할 경우 오는 30일 문을 닫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매장 영업을 재개할 수 없게 된다. 당초 관세청은 올해 안에 3개의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이 사업자로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면세점 특허심사 항목 중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 평가’ 부문에서 이번 검찰 수사가 큰 변수로 떠올랐다.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면세점 운영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 이사장의 입점로비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연말에 완공이 예정된 123층 롯데월드타워 개장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핵심 임원들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롯데월드타워를 총괄하는 롯데물산 노병용 대표마저 가습기 살균제 판매 문제로 구속된 상황이다.정현수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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