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지난달 퇴임한 마잉주 전 총통의 홍콩 방문신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차이잉원 민진당 정권은 법에 따라 국가기밀을 많이 알고 있는 마 전 총통의 홍콩 방문을 불허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당에서는 자유민주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만 총통부는 마 전 총통이 15일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출판인협회(SOPA)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총통부는 ‘마 전 총통이 관장한 국가기밀이 많고 퇴임한 지 1개월이 안 돼 기밀유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홍콩은 개인 및 국가안전을 지키기에는 고도로 민감한 지역’을 불허 이유로 밝혔다.
대만 총통은 퇴임 후 3년이 지나기 전에 외국을 방문하려면 총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대만 국가기밀보호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SOPA 측은 “실망스럽다”며 화상연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 전 총통 측은 “퇴임한 국가원수를 존중하지 않는 처사이자 대만 자유민주주의를 풍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홍콩이 민감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체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서 “홍콩에 머무르는 시간이 7시간이고 홍콩에 있는 딸도 만나지 않는 등 개인일정을 제외시켰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집권 민진당은 “국가와 개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현명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국민당은 부패혐의로 투옥 중 최근 병보석으로 풀려난 천수이볜 전 총통(민진당 소속)을 가리키며 “범죄자는 활보하게 두고 마 전 총통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난했다. 명보는 “통이 작은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차이잉원 총통이 마 전 총통의 홍콩 방문을 불허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막기 위한 고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정가에서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가진 마 전 총통이 퇴임 후 중국과 대만의 막후 조정자가 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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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전임자의 홍콩 방문 불허 논란
입력 2016-06-13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