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국회 존중하겠다는 약속 실천해야

입력 2016-06-13 17:47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대통령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횟수다.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소통” “3당 대표와의 회담 정례화”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국회 존중” 등을 언급했다. 용어 선택에서 과거보다는 약간 국회를 배려한 듯하다.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그런 의지를 일단 평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체 내용을 보면 어지러운 현안에 대해 화합과 협치로 뚫고 나가겠다는 새로운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연설 초반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정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거나 주변이 도와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부분에서는 기업과 채권단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다. 정부 책임은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먼저 이 지경이 된데 대해 반성이 있어야 했다. 어려움만 호소하고 협조만 당부했지 책임 있고 단호한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케 했다. 노동 개혁이나 규제 혁파도 그동안 얘기하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혁신센터, ‘K-컬처밸리’와 이란·아프리카 방문 성과 등을 내세웠으나 민심에 어느 정도 다가갈지는 알 수 없다.

대북 문제는 기존의 강경 대책을 재확인했다.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정책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발을 맞춰야 하는 등 정부의 고민을 이해는 한다. 또 상대가 있는 대북 전략을 시시콜콜 다 밝힐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중·일이 얽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강경 일변도 정책 제시만이 최상인지는 의심스럽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거나 변화시키겠다는 여지를 전혀 두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런 자세이니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아예 전략적 유연성을 내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연설은 집권당을 제2당으로 밀어낸 여소야대 국회의 첫 연설이라는 점에서 엄중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대통령은 정치를 잘 풀어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여러 사고로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사회불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나 공동체가 소홀히 한 점이 없었는지 등에 대해 솔직한 언급을 하고, 우리가 함께하면 그런 두려움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담았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그보다는 현재의 난국이 주변의 노력 부족이나 상황 때문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박 대통령의 20대 국회 첫 대국민 연설은 미래를 위한 방향 제시가 부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