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소라넷’… 서울대 출신 부부가 만들었다

입력 2016-06-13 18:13 수정 2016-06-13 21:09

국내 최대 규모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사진) 운영진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테리 박(Terry park)’ ‘케이 송(Kay song)’ 등 가명을 쓰며 정체를 감춰왔다. 2004년 경찰이 호주에 거주하는 테리 박을 추적했지만 검거에 실패했었다. ‘머리카락’까지 꽁꽁 숨겨왔던 소라넷 운영진의 신상과 도피처가 드디어 파악됐다. 경찰은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출신이 운영진인 것으로 확인하고 검거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4월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 공항에서 소라넷 창립멤버인 A씨(45) 부부의 입국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다만 우리 경찰이 현지 사법기관에 요청한 수사 협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영주권자인 이들을 체포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수사기관과 호흡이 잘 맞고 있어 수사망이 상당히 좁혀진 상태”라며 “아직 이들은 해외에 있다. 해외에서 검거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서 언제 잡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라넷을 만든 이들은 A씨 부부와 B씨 부부 등 총 4명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A씨를 비롯해 모두 명문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소라넷 운영에 깊이 관여한 2∼3명도 쫓고 있다.

신원과 현재 위치를 확인했지만 검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은 소라넷을 운영해 얻은 수백억원대 이익을 통해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영주권을 취득했고, 경찰 영향력 바깥에서 도피행각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지 수사기관과의 사법 공조가 필수적이다.

1999년 문을 연 소라넷은 2003년 확대·개편 과정을 거쳐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로 성장했다. 외국에 서버를 두면서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

하지만 소라넷 관련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 4월 서버가 있는 미국과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해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 소라넷 운영진은 지난 6일 수시로 바뀌는 자신들의 사이트 주소를 알리는 데 사용했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이트 폐쇄와 트위터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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