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은 테러이자 증오행위”라고 규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초등학교, 교회, 군부대, 영화관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거론하면서 총기규제 필요성을 또 한번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총기규제를 호소하기는 이번이 20번째라고 CBS방송은 전했다. 그는 지난 1월 총기 구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나 보수단체가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에 부딪혔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는 총기규제 법 제정에 일절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총을 손에 넣기가 얼마나 쉬운지 잘 보여준다”며 “(총기 구입이 쉬워 총기난사가 자주 일어나는) 그런 나라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CNN은 최근 50년간 전 세계에서 4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총기사고 292건 중 90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데 총기난사 사건 비중은 31%에 달한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이토록 많은 건 ‘총기 천국’이라 불릴 만큼 구입과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는 2억7000만∼3억1000만정으로 추정된다. 미국 인구가 3억1900만명이므로 인구 1인당 1정꼴로 총기를 갖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3가구 중 1가구꼴로 총기를 집에 두고 있다.
총기 구입자 신원 조회가 꼼꼼히 이뤄지지 않아 정신병력이 있거나 가정폭력에 연루된 자, 전과자도 쉽게 총기를 살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랜도 게이클럽에서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오마르 마틴은 범행 1주일 전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기난사 사건은 전염성도 강하다. CNN은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한 번 일어나면 13일 이내에 모방범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총기 구입과 사용에 규제가 없어 빚어진 이례적인 현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동료의원을 상대로 총기규제 법안 마련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로버트 케이시 상원의원은 “증오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은 총기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테드 더치 하원의원은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테러 감시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이 총기를 사지 못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코네티컷 출신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총기규제에 침묵을 지키는 의원은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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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총기 1인당 1정꼴… 전과자도 쉽게 살 수 있어
입력 2016-06-13 18:18 수정 2016-06-13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