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기본형+특약’ 형태로 대수술

입력 2016-06-14 04:02

과잉진료로 몸살을 앓았던 실손의료보험의 구조가 대폭 개편된다. 거의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던 획일적 방식에서 기본형 상품과 추가 특약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실손의료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 개편되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기본형에 다양한 특약을 더하는 구조다. 기본형 상품에서는 과잉진료가 빈번한 의료서비스 보장은 제외된다. 추가 의료서비스를 보장받고 싶다면 특약을 들어야 한다. 즉 기본 보장만 원하면 저렴한 보험료를 내면 되지만 추가 보장을 원하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기본형만 보장받을 경우 보험료가 약 40% 저렴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기존 표준형 상품은 모든 입·통원 치료를 보장하고 보험료 1만5000원을 받는다. 개편 상품에서는 보장 내역별로 보험료를 따로 받는다. 기본형 보험료를 8500원 받고, 특약 상품인 도수 치료(맨손 통증 치료)는 4000원, 수액주사 치료는 500원을 받는 식이다. 도수 치료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면 해당 특약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기본형 보험료는 오르지 않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또 손해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순수 보장성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다른 보장 상품에 통합돼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중복 가입을 유발하거나 정확한 보험료가 고지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손의료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는 9월 중 상품심의위원회를 발족해 새 보험 상품의 구조, 보장 내역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중 새 표준약관을 확정하고, 다음해 4월 새 보험 상품을 출시토록 할 계획이다. 기존 가입자들은 새 보험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기존 상품을 유지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기존 상품의 보험료는 다음해에도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손해율과 보험료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가 이날 공개한 보험금 과잉수령 의심 사례 중 A씨(55·여)의 경우 경미한 상해로 반복치료를 받고 실손의료보험금을 1억1900여만원 타냈다. 말기암이나 유방암 환자가 받은 보험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었다.

금융위가 최근 위장 디스크 환자를 통해 10개 병원에 진료 체험을 받아본 결과 9개 병원이 경미한 통증에도 고가 치료를 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진료를 추천하거나 고가의 고주파 열치료술 및 30만원 이상의 주사 치료를 권유하는 식이었다. 임 위원장은 “특약에 포함될 의료서비스의 과잉진료·의료쇼핑 문제도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