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직’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나 조직에서 책임보다 권한이 크고, 다른 사람에 비해 일은 적게 하면서도 월급은 많이 받는 보직을 칭한다. 그런 업무를 하는 이들을 비유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욕을 먹는, ‘일 안하고 놀고먹기’의 대명사인 국회 내에도 꽃보직이 있다. 13일까지도 금배지들의 쟁탈전이 벌어졌던 자리, 바로 상임위원장이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꽃보직 중의 꽃보직’인 셈이다. 통상 임기 2년의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전체 회의를 소집·취소하고 법안을 상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수시로 업무보고도 지시할 수 있다. 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든 국회의장보다 이들을 더 깍듯하게 모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결위원장은 지역구 예산에서 ‘예우’를 받고, 국토교통위원장은 SOC사업의 지역구 유치에 유리하며, 외교통상위원장은 극진한 의전 속에 해외 순방을 다닌다.
또한 매달 세비와 별도로 600만원대의 특수 활동비도 챙긴다. 여당 원내대표가 겸직하는 운영위원장의 활동비는 월 1700만원에 달한다.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어 일부 상임위원장들이 생활비나 자녀 유학 경비로 전용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워낙 꿀이 흐르다 보니 임기를 1년씩 나눠먹는 변칙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상임위원장이라는 ‘경력’을 쌓으려는 허세욕도 한몫한다. 그 밑의 보좌진 생활도 대체로 편하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회의와 국정감사 때 사회만 볼 뿐 질의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보좌진 입장에서는 자료 준비를 해야 하는 기초적인 스트레스도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임위원장이 중진들의 꽃보직에만 그친다면 대한민국 의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본인과 보좌진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국회와 나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야 전문성을 갖췄거나 적어도 해당 상임위에 대한 열의를 가진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옳다.한민수 논설위원
[한마당-한민수] 국회 꽃보직
입력 2016-06-13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