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 키수(Wana nkisu)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무다냐마에 살고 있는 12살 소년입니다. 4년 전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둘이 삽니다. 오후 5시쯤 학교를 마치면 사탕수수 밭에 가서 일합니다. 사탕수수 100개를 베어서 시장에 팔면 1500원 정도를 받습니다. 최근 월드비전과 함께 방문한 무다냐마의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밤 9시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별들이 빼곡하게 밤하늘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탄성이 저절로 터질 만큼 아름다웠죠. 그런데 제 눈엔 별빛이 마치 예수님의 눈물처럼 보였습니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이 아이들의 배고픔을 덜어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튿날 숙소에서 일어나보니 저의 왼손 중지가 퉁퉁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생채기로 세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긴 겁니다. 참기 힘들 정도로 욱신거렸습니다. 모니터링 방문단을 실은 사륜구동 차량이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며 덜컹거릴 때마다 손가락에 전해오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애써 참으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는데 한 아이가 맨발로 흙길을 뛰어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발엔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흙먼지가 껌처럼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돌이라도 밟는다면 큰 상처가 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발은 흙속 세균에 항상 노출돼 있었습니다. 월드비전 여사라 대리는 “보건소가 없어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숨지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왠지 아픈 손가락이 더 욱신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방문단은 월드비전 무다냐마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함께 방문한 찬양사역자 ‘시와그림’의 김정석 목사님은 이런 찬양을 불렀습니다. “이곳을 덮으소서 이곳을 비추소서 내안에 무너졌던 모든 소망 다 회복하리니…세상의 신을 벗고 너 주 보좌 앞에 엎드리리.”(‘여호와의 유월절’ 중)
정작 신발을 벗어야 할 이들은 잠비아의 아이들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입니다. 몇 잔의 커피 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것, 아마 그것이 주 보좌 앞에 엎드리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요.
무다냐마(잠비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미션 톡!] 맨발의 아프리카 아이들
입력 2016-06-14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