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부산총회가 오는 18일부터 열린다. FATF는 ‘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줄임말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1989년 G7 합의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총회는 1년에 세 번 열리는데, 마지막 총회는 의장을 맡은 국가에서 개최하는 전례에 따라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의장을 맡고 있는 한국에서 열린다. FATF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 국제규범을 제정하고, 각국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감독한다. 평가결과가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국과의 금융거래 제한 등의 제재를 회원국들에 요구한다.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기법 등을 연구하고 대응수단을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회원국은 총 37개의 정회원과 8개 준회원, 그리고 24개 옵서버로 나뉘는데 한국은 2009년 10월 정회원으로 가입해 지난해부터 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단기간에 위상을 높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은 2009년 정회원 가입 당시에는 국제규범 기준을 충족했지만, 이 규범이 2012년에 더욱 엄격하게 개정됐다. 2019년에 새 규범의 이행상황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법 개정에 필요한 여론 수렴과 관계부처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 과정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가. 먼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에 대한 국가적 위험평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는 2012년 개정된 국제규범에서 새롭게 도입된 과제로 개별 국가들이 자국의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정책을 적절히 수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 과제가 중요한 이유는 각국에 대한 평가과정에서 국가별로 위험평가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제일 먼저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항목에 대한 평가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간 개략적으로나마 국가적 차원의 위험평가가 이루어져 어느 정도는 추진된 상황이나 은행권을 제외한 금융업권 전반에 대한 위험도 평가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관계부처 간 협조체계 부분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둘째 과제는 비금융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도입하는 일이다. FATF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자금 중개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만 아니라 관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비금융 전문직 종사자 중 변호사, 회계사, 귀금속상, 부동산중개인, 카지노 사업자 등에게도 부과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카지노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도입했는데, 국제적인 추세는 비금융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의무 도입이 부진한 국가들에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마지막 과제는 지난해 10월 총회에서 부산으로 유치가 확정된 FATF 교육연구기구(TREIN)의 성공적인 정착이다. TREIN은 ‘Training and REsearch INstitute’의 약자로 FATF의 교육 및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올해 안으로 출범시킬 예정인 FATF 기관이다.
그동안 FATF는 사무국과 지역기구 등에서 교육과 연구를 주로 담당했다. TREIN과 같은 전문기관이 출범하게 되면 교육 및 연구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당국인 금융정보분석원의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협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기고-이명활] FATF 부산총회 개막에 앞서
입력 2016-06-13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