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즐거운 ‘오페라 콘체르탄테’ 2편

입력 2016-06-13 19:04
올여름 오페라 팬들을 자극하는 2편의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찾아온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는 30일 공연되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의 바그너 ‘탄호이저’와 8월 19일 아트앤아티스트 주최의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이다. 두 작품 모두 오페라 팬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오페라 콘체르탄테(Opera Concertante)는 연주회 형식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흔히 ‘콘서트 오페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초연 작품의 본격적인 무대 상연에 앞서 시연 형식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평소 보기 어려운 희귀 레퍼토리 공연에 애용된다.

정식 오페라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무대세트와 의상이 필요없는데다 연습시간이 적어서 성악가들의 출연료 부담도 적다. 일각에서는 어설프게 만든 오페라보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

‘탄호이저’는 지휘자 박영민이 이끄는 부천필이 올해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독일 오페라를 대표하는 바그너는 베르디와 함께 오페라의 양대 거장으로 꼽히지만 작품이 긴 데다 연주도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지난 3월 바그너 오페라의 서곡만 모아서 연주했던 부천필은 이번에 본격적으로 ‘탄호이저’를 무대에 올린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성악가까지 약 300여명이 출연한다. 오페라 콘체르탄테지만 연출가 이의주가 맡아 조명과 영상을 활용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1845년 초연한 ‘탄호이저’는 중세시대 음유시인이자 기사였던 탄호이저를 모델로 순수한 사랑과 희생을 통한 구원을 그렸다. 아직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이 남은 바그너 오페라 초기작으로 ‘순례자의 합창’ ‘저녁별의 노래’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나온다. 이번 작품에는 테너 이범주, 바리톤 김성곤, 베이스 하성헌, 소프라노 케이클린 파커·데어드레 앙게넨트 등 최근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젊은 국내외 성악가들이 캐스팅 됐다.

‘파우스트의 겁벌’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1845년 선보인 대표작이다. 유럽에선 정식 오페라로 공연되는 경우도 많지만 원래 초연 당시부터 오페라가 아닌 연주회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세레나데’ ‘쥐의 노래’ ‘벼룩의 노래’ ‘뜨거운 사랑의 불꽃은’ 등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다. 국내에서 또다른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파우스트’가 종종 무대에 오르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1999년 괴테 탄생 250주년을 기념공연으로 초연된 이후 한번도 공연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스타 성악가들이 다수 소속된 아트앤아티스트가 최근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는 테너 강요셉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을 앞세워 기획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권위있는 베를린 도이체오퍼극장이 제작한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로 나란히 출연해 호평받은 바 있다. 불가리아 출신의 거장 에밀 타바코프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강요셉과 사무엘 윤 외에 불가리아 출신 메조 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서울시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