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무능하고, 알고 하면 내부 문제가 있는 거지요.”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홍기택 당시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그해 2분기 누적 기준 3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하면서 분식회계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였다. 이 의원은 “분식 사실을 몰랐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산은을 질타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다. 2009년 이후 산은의 재무담당 임원 출신이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독식해 왔다. 재무·회계를 책임지면서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경영진 견제 등 최소한의 경영 통제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우조선의 회계 오류나 지속된 부실 경영을 막지 못했다.
12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대우조선 경영비리 수사의 범위는 2006∼2015년 10개 회계연도다. 이 기간에 산은 전·현직 간부가 대우조선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지 않은 해는 없었다. 이들 중 다수는 대우조선 CFO로 선임된 이가 많았다. 대우조선의 현재 CFO인 김열중 부사장, 전임자인 김갑중 전 부사장 모두 산은 재무부문장을 지냈다. 2009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CFO로 있었던 김유훈 전 부사장도 산은 재무관리본부장 출신이다.
대우조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내부 문제를 전혀 보고받지 못한 산은의 행태는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방조한 것이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 왔다. 검찰은 산은 출신 인사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산은과 대우조선 사이 ‘유착 고리’로 자금 관리·결제 라인에 있던 ‘CFO 3인’을 의심하고 있다. 경영 부실 책임 소재나 분식회계 묵인·은폐 의혹 수사에서 핵심 수사 대상자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영비리 수사에 돌입하면서 전·현직 CFO 사무실과 자택 등을 우선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중요 참고인으로 분류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소환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CFO 역임 이후에도 대우조선의 자문역을 지내며 평균 9700만원의 급여와 고급 차량, 자녀 학자금 등을 대우조선으로부터 받았다.
김유훈 전 부사장은 2012년 3월 말부터 1년간 자문역으로서 급여 1억5000여만원과 사무실 임대료 7800만원, 법인 차량 운용비 1800만원을 받았다. 김갑중 전 CFO는 지난해 4∼8월 자문역으로 있으면서 5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외에 허종욱 전 산은 이사는 3개 회계연도 동안 사외이사직을 맡았고, 이후에도 1년간 대우조선의 상담역으로 급여 5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윤우 전 산은 부총재는 대우조선 자회사인 FLC의 고문으로 1년간 급여 1억4000만원과 법인차량 운용비 3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미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0∼12월 금융 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 실태 및 감독 적정성 감사를 벌였고, 분식회계 의혹이 부각되자 올해 초 추가 조사도 했다. 감사원의 추가 조사도 전·현직 CFO의 역할에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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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2 18:03 수정 2016-06-12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