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66억어치 판매 vs 52억어치 매입… 장부가 안 맞는다

입력 2016-06-13 04:02



지난 10일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그룹 6개 계열사 가운데 서로 간의 거래내역이 가장 미심쩍게 신고된 두 곳은 대홍기획과 대홍기획의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쇼핑이 대홍기획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액과 기타수익은 대홍기획이 지출한 ‘매입 등’보다 1030억원가량 많았다. 반대로 대홍기획이 롯데쇼핑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 등’은 롯데쇼핑이 대홍기획에 지불했다는 매입액과 유무형자산취득액, 기타비용보다 202억원 많았다. 두 회사 간 거래에서는 828억여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대홍기획의 다른 계산법

두 기업이 금융 당국에 신고한 내부거래 금액 차이의 핵심은 롯데쇼핑이 팔았다는 금액이 대홍기획이 사들였다는 금액보다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대홍기획에 2012년 215억원, 2013년 254억원, 2014년 281억원, 지난해 3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금융 당국에 신고했다. ‘기타수익’으로 분류되는 항목이 있지만 전체 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때 대홍기획은 이만큼의 매출을 롯데쇼핑에 올려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공시했다. 대홍기획의 롯데쇼핑에 대한 ‘매입 등’ 금액은 2012년 4억여원, 2013년 6억여원, 2014년 3억여원, 지난해 7억여원이었다. 결국 롯데쇼핑이 1066억원어치를 팔았다는 동안 대홍기획은 52억원어치만 샀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알 길 없는 기타비용의 정체

항목별로 파고들면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욱 많아진다. 2012년부터 4년간 롯데쇼핑이 대홍기획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매입비용은 4년간 전무했다. 투자자들에게 알린 내용대로라면 롯데쇼핑은 대홍기획의 광고물 등을 전혀 사들인 바가 없다는 얘기다. 롯데쇼핑은 다만 정확한 출처를 알기 어려운 ‘기타비용’으로만 4년간 2352억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비용이 매출보다 당연히 작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롯데쇼핑은 기타비용의 예로 유무형자산 처분 손실, 외화 환산 손실, 세금과 기부금 등을 들고 있다. 대홍기획은 아무런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으면서도 롯데쇼핑의 기타비용을 ‘매출 등’으로 잡았다. 다만 이때에도 대홍기획이 주장하는 ‘매출 등’은 롯데쇼핑의 비용보다 202억원이 적었다.

결국 두 회사 사이에 맞지 않는 금액의 크기는 2012년 117억여원에서 2013년 162억여원으로 늘었고, 2014년에는 245억여원이 되더니 지난해에는 303억여원으로 급증해 버렸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각 계열사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들을 주말에 소환,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자금거래 내역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전히 압수물을 확인·분석 중이며, 조성된 비자금의 규모에 대해 언급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이경원 노용택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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