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규제 완화… ‘공교육정상화법’의 역설

입력 2016-06-12 17:55 수정 2016-06-12 21:27
정부의 선행학습 규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는 완화해주면서 일반고는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국회가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금지법)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생긴 것이다.

교육부는 13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지난달 29일 바뀐 공교육정상화법의 후속 조치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자 사교육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일부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모든 고교는 휴업일(방학)에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이 가능하다. 농산어촌 지역 학교들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들은 학기 중에도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 시행령은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교육급여수급권자(옛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가족, 탈북가정, 다문화가정 자녀 등의 비율이 재학생의 10% 이상, 70명 이상인 학교를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로 보기로 했다.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처지인 아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이다.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이미 사회통합전형(옛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정원의 20%를 선발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사회통합전형에는 교육급여수급권자, 한부모가족, 탈북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농산어촌에 있는 자사고들은 이런 규정의 저촉조차 받지 않아 얼마든지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10%, 70명 규정’에 걸린 도시지역 일반고 학생들은 학기 중에는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교육부가 전국 도시지역 학교의 평균을 내보니 교육급여수급자·한부모·탈북가정·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은 재학생의 7%, 학생 수는 56명이었다. 많은 도시지역 학교들이 ‘10%, 70명 규정’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선행학습을 하는데 도시지역 일반고에서 금지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목고와 자사고만 따로 묶어 규제한다면 이들 학교에 다니는 열악한 상황의 아이들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일 “다음 달 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인데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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