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형제의 난’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는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 회장 해임안 상정을 요구하며 검찰 수사를 상황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주총, ‘형제의 난’ 재점화되나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이 이달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 대표 측은 정기주총에서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28.1%)를 등에 업은 신 대표는 지난 3월 임시주총에서 같은 내용의 주주제안을 냈지만 안건이 부결되면서 형제간 힘겨루기에서 패했다. 지분 27.8%로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에 “롯데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 상당의 지분을 배분하고 개인이 팔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놨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임시주총에서도 신 회장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이 신 대표의 반대에도 통과돼 신 회장 체제가 굳혀졌다.
그러나 신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신 대표는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0일 ‘롯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어 사이트에 “신동빈 회장 중심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표면화된 것”이라며 즉각 공세의 날을 세웠다. 신 회장이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자신을 부당하게 경영에서 배제하면서 롯데의 기업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이번 사태로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미 지난 두 번의 주총에서 주주들이 신 회장에게 신뢰를 보냈고, 검찰 수사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무기한 연기’
신 회장 측은 신 대표의 공세보다는 이번 수사로 인한 롯데그룹이 받을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는 1967년 설립된 이래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부유출 기업’ 비판을 반박했다. 2004년까지는 일본롯데에 배당조차 하지 않았고, 일본 국세청이 2005년 이를 문제 삼자 최소한의 수준에서 배당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롯데는 “2014년 전체 영업이익 3조2000억원 중 일본 주주회사에 배당된 금액은 341억원으로 약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왔던 호텔롯데 상장 일정은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롯데는 “7월까지 상장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방안은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부터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인 신 회장은 14일 롯데케미칼과 액시올사가 합작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 측근은 “해당 지역의 주요 행사이고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정이기 때문에 불참하기는 힘들다”며 “수사 등과 관련된 사안은 미국 현지에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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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형제의 난… 동주 “동빈 해임안 낼 것”
입력 2016-06-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