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금고지기’ 3인 소환 조사

입력 2016-06-12 19:01 수정 2016-06-13 01:16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12일 신격호·신동빈 회장 부자(父子)의 자금관리인 3인을 불러 조사했다.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 이틀 만에 총수 일가의 ‘금고지기’ 조사까지 진행된 것이다. 검찰이 롯데 비자금 조성 경위와 자금 흐름 등을 상당부분 파악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은 신 회장 자택에서 개인금고도 확보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가 비자금 조성·관리를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인원 부회장(정책본부장)과 황각규 사장(운영실장), 소진세 사장(대외협력단장) 등 ‘정책본부 핵심 3인방’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롯데 비자금 ‘금고지기’ 소환

검찰은 12일 회장 부자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롯데그룹 정책본부 이모(57) 전무 등 임원 2명과 실무자 1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초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한 지난 10일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무 등이 행방을 감춰 하루 늦게 세 사람의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전무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정책본부 소속 비서실에서 일하며 신 회장을 보좌해온 핵심 측근이다. 지난해 8월 ‘왕자의 난’ 때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가 두 달 만에 해임되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신 회장이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롯데그룹 영빈관에서 신 회장의 개인금고를 발견, 통째로 검찰청사로 갖고 왔다. 금고에서는 엔화 다발 등 현금과 메모 몇 장이 나왔지만, 아직 수사 단서와 연결되는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의 재무부서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있었던 정황을 포착했다. 롯데홈쇼핑은 다른 계열사나 납품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매출을 고의로 누락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비정상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으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책본부 핵심 3인방, 비자금 조성 개입했나?

검찰은 이 부회장과 황 사장, 소 사장 등 신 회장의 ‘가신그룹’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들 3인은 롯데그룹의 70여개 계열사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정책본부의 주요 업무를 관장하며 ‘신동빈 체제’를 보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너 일가로 비자금 수사를 확장하기 위한 길목에 이들이 서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내에서 신 회장에 이은 자타공인 2인자로 정책본부도 이끌고 있다. 그룹 내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이 부회장을 거쳐 신 회장에게 보고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롯데그룹 내 위상은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맡아 그룹 운영을 좌지우지했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정도로 보면 된다”며 “롯데그룹의 모든 길은 이 부회장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말이다.

황 사장은 신 회장의 오랜 가신으로 분류된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 근무하다 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옮겨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을 때 담당 부장이 황 사장이었다. 일본어가 능통했던 황 사장은 당시 한국어가 서툴렀던 신 회장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황 사장은 이후로도 신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정책본부에서 롯데그룹의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을 총괄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황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이 M&A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는 검찰이 황 사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소 사장은 2014년 2월 롯데슈퍼 사장을 끝으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6개월 만에 대외협력단장으로 복귀했다. 부분 개장한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기관과 언론, 시민단체 등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 것이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경우 대외업무를 관장해 온 소 사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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