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정치자금이냐 아니냐… 받은 돈 ‘행방’에 달렸다

입력 2016-06-12 17:40 수정 2016-06-13 00:54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선거 공보물을 제작하던 인쇄업체 B사로부터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이 1억1000만원을 받은 게 하나다. 그리고 TV광고 대행사인 S사로부터 업체명의 계좌·체크카드를 통해 일명 ‘당 홍보 태스크포스(TF)’가 6000만원을, 브랜드호텔이 682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를 두고 크게 네 가지 쟁점이 제기된다. 우선 S사로부터 돈을 받은 TF가 당의 기구인지 여부다. 또 B사가 김 의원이 브랜드호텔 대표 재직 시절 당과 계약을 맺은 점, 이후 B사가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을 되돌려준 점에 비춰 김 의원이 전체 과정에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비교적 자금 실체가 드러난 S사와 달리 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B사 자금의 당 유입 여부와 홍보대행업계의 수상한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의당 홍보 TF’ 진실게임

선관위는 S사가 국민의당 ‘선거 홍보 관련 TF 팀원’에게 체크카드로 6000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주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은 “홍보 TF라는 걸 구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을 받아 쓴 건 외부 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당이 말한 ‘외부 인사’는 김 의원을 도왔던 숙명여대 김모(47) 교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실은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 TF의 실체가 김 의원 사법처리의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도 13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관련 내용 확인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상돈 단장은 통화에서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부 조사할 생각이다. 안 대표도 그렇게 얘기했다”며 “방어가 아니라 의혹 해소, 팩트파인딩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률위원장도 ‘방어용 브리핑’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진상조사단에서 제외키로 했다.

김 의원, B사 자금거래 관장했나

B사는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발표(3월 23일) 전인 3월 17일 당과 계약했다. 이때는 김 의원이 브랜드호텔 대표로 재직하던 상황이다. 당에 따르면 B사는 김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이후 브랜드호텔 대표직을 사퇴하자 브랜드호텔에 기획 업무를 하도급으로 준다. 문제는 그다음에 1억1000만원을 브랜드호텔에 건넸다는 점이다.

당에선 이 자금이 하도급 계약에 따른 정당한 지급 금액이라고 본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른바 ‘소개료(리베이트)’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의원이 대표이던 시절 브랜드호텔이 B사를 당에 소개한 뒤 비례대표 공천 후에도 관행대로 소개비를 받은 구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광고대행업체 관계자는 “홍보 광고에 있어서 리베이트는 관행이다. 광고주와 업체를 소개시켜준 사람에게 매출의 10∼20%를 주곤 한다”며 “브랜드호텔이 B사를 국민의당에 소개하고 하청 받은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본다면, 이는 매우 일반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또 통상 하청업체와 계약서를 만들지 않는 것도 사태를 꼬이게 한 석연찮은 관행이다.

B사 자금, 당에 사용됐나

B사가 건넨 자금이 ‘소개료’라면 김 의원이 B사 선정 과정 전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소개료’를 당이 받아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 선관위는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김 의원 외에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과 왕주현 사무부총장도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체크카드 및 업체 명의 계좌 등 구체적 정황이 있는 S사와 달리 B사 자금이 당에 들어간 증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관련 자금이 당에 들어온 것은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검찰 수사에서 가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도균)는 지난주 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사건 경위와 김 의원 관여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김 교수는 검찰에서 불법 행위는 없었고, 광고 제작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김 의원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면서 “최연소 국회의원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다. 영화 ‘곡성’을 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고승혁 신훈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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