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사역 위해…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나왔다

입력 2016-06-12 20:40 수정 2016-06-12 21:10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0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언론발표회’에서 고형진 강남동산교회 목사(오른쪽)가 부교역자 사역계약서를 사용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부교역자의 안정된 사역을 보장하기 위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이 제시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언론발표회’를 열고 신학자·목회자·법률가가 만든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을 발표했다.

기윤실은 지난해 5월 한국교회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교역자의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를 마련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93.7%는 ‘청빙과정 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79.3%는 ‘사역 관련 계약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균 사역기간은 2.9년(전임목사 3.3년, 전임전도사 2.6년, 파트타임 전도사 2.5년)으로, 4년 정도의 사역기간이 보장되길 희망했다.

사역계약서 모범안에는 교회와 부교역자의 기본 의무와 동역기간, 사역시간, 사례비, 전별금, 휴일 및 휴가, 서약해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통상 계약서에 사용하는 ‘갑을’ 대신 교회와 부교역자를 각각 ‘동’과 ‘역’이라 지칭했다.

사역계약서 내용은 각 교회와 부교역자의 사정에 맞게 자유롭게 변형하되 동역기간은 3년, 사역시간은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주1회와 연2주의 휴게시간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사례비는 1년 단위로 설정할 것을 권했고 사회보험 가입 여부는 교회가 부교역자와 상의해 자유롭게 설정토록 했다. 이 외에 객관적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토록 사유를 제한했으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기타사항은 소속 교단 규칙 등 제반 지침에 따르도록 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고형진(법률사무소 로그) 변호사는 “사역계약서 모범안은 부교역자가 권위와 존엄을 잃지 않고 본분의 사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소의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며 “부교역자의 법률상 지위가 명확하지 않고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을 당사자 간 자율 결정에 맡긴 부분 등에선 한계도 있지만 한국교회에 사역계약서 문화가 정착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도 부교역자 사역계약서가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안정된 사역을 보장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조 교수는 “지역·교회별로 상황이 다르므로 사역계약서를 일괄 적용하긴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오늘날 부교역자는 담임목회로 가는 과정이 아닌 평생직장이 되는 추세이므로 이들의 사역과 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부터 부교역자 3명을 대상으로 이 사역계약서를 사용한 고형진(서울 강남동산교회) 목사는 목회현장 적용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고 목사는 “부교역자 사역계약서의 핵심 취지는 부교역자의 고용안정”이라며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한다면 오히려 계약서가 사임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젊은 교역자들에게 근로조건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면 이들과의 동역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목회자들도 세상의 상식에 맞춰가는 노력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