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초저금리 시대 갈 곳 잃은 돈

입력 2016-06-13 04:00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의 고민이 커졌다. 가계에서는 미래가 불안해 돈을 쌓아두자는 생각은 커지는데 은행 이자가 바닥을 뚫을 기세여서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 고객의 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들도 울상이다. 개인들은 채권 관련 금융상품 등 다양한 투자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의 은행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 등) 잔액은 59조536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기 예·적금 등의 저축성 예금도 499조663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 노후대비 등을 감안해 가계 저축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말 가계의 순저축률(저축액을 소득으로 나눈 것)은 7.7%로 전년(6.3%)보다 크게 증가했다. 아직 경제 전망이 불안해 원금 손실부담이 있는 투자상품에 가입하기도 어렵다.

기준금리가 낮아져 저축에 따른 이자는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일제히 예금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은행들은 줄어드는 이자이익을 수수료 인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리저리 금리 인하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은행·보험사들도 난감하다. 은행들은 1%대 초저금리로 돌입한 이후 순이자마진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예대마진은 지난해 말 1.97% 포인트로 집계돼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경우 1990년대 5∼10%의 확정 고금리로 판매한 보험상품이 많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에는 역마진으로 손해액이 더 커지는 구조다. 보험료 수입을 투자할 채권의 금리도 낮아져 수익성은 더 나빠진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연 1.5%에서 연 1.25%로 조정되면서 보험사의 성장성, 수익성,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떻게 굴릴까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형 상품의 매력이 커지게 됐다. 예·적금만으로 노후설계가 어려워진 만큼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유입된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의 원인이 구조적 경제 불황에 있는 만큼 곧바로 주식시장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올라 펀드환매 압력이 커졌고, 가계 부채 등 구조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금리가 낮아져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배당주 등 경기방어주에 대한 선별적 투자는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국채수익률은 떨어져 양자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배당혼합형펀드도 저금리 시대 유망 상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를 예·적금을 대체할 주요 투자 상품으로 추천한다. 장기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이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올라간다.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어서 채권형 펀드가 꾸준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전체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전월 대비 3조3000억원 증가한 10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을 50% 이상 담고 나머지는 주식을 편입하는 채권혼합형펀드를 선택하면 주식시장 상승세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A등급 이상 우량회사채 투자도 대안으로 꼽힌다. 투자업계는 기준금리 인하가 매물이 줄어든 회사채 시장에 윤활유가 될 것으로 본다. A등급 회사채는 시장 예금금리의 2배 수익을 주고 있다.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금을 굴려주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예·적금을 대체할 수 있다. 목돈이 있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노릴 수도 있다.

백상진 나성원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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