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2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을 시작했다. 재임기간 중 벌써 9번째다. 이번 방중 목적은 독일과 중국 양국에서 20여명의 장차관급이 참석하는 제4차 정부 간 협상을 이끌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양국이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독일은 물론 유럽 산업계에 번져 있는 반중(反中) 정서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중국에 가기 직전 주례 영상연설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될 중국의 ‘해외 비정부기구(NGO) 관리법’과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NGO 관리법은 중국이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해외 NGO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근거를 담아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중국 철강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외신들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이 티센크루프 등 철강 기업은 물론 독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지난달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의 인수를 시도하면서 독일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독일 정부 관리들은 쿠카의 경영진을 만나 메이디 인수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최근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철강 감산을 약속했듯 독일과 EU를 향해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 메르켈 총리에게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WTO 가입 당시 ‘비시장경제지위’를 최장 15년간 감수하기로 한 중국은 “약속대로 올해 말까지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회가 최근 압도적 지지로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지위 부여에 찬성하지만 중국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방중에는 독일 기업인 20여명도 동행해 양국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항공기업 루프트한자는 중국국제항공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이후 방문 마지막 날인 14일 랴오닝성 선양 방문 계획도 있다. 선양에는 독일 자동차기업 BMW의 공장이 있다. 다국적 기업 지멘스가 공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지역이기도 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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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訪中 메르켈, 中 시장경제지위에 힘 실어주나
입력 2016-06-13 01:09 수정 2016-06-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