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클래식과 발레계에서 하루걸러 젊은 연주자와 무용수들의 국제 콩쿠르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작은 콩쿠르에서 한국 출신이 입상권을 싹쓸이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권위 있는 메이저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와 무용수들의 국제 콩쿠르 수상 소식은 낭보임에 틀림없다. 세계 각국의 또래 아티스트들과 겨뤄 기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제 콩쿠르에 출전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참가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왕복 항공편과 체재비 등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제 콩쿠르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 것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연주자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려면 구미 클래식계에서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해야만 한다. ‘클래식계의 변방’인 한국 연주자들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아직까진 콩쿠르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그래서 주요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해외 매니지먼트의 낙점을 받지 못하면 좀 더 권위 있는 콩쿠르에 다시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비해 구미 연주자들은 현지 클래식 시장 자체가 크고 스펙트럼이 다양해 콩쿠르가 아니어도 매니지먼트사의 낙점을 받을 기회가 많다.
또 한국 무용수들은 해외 발레단 입단을 위해 콩쿠르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내 국제적 수준에 근접한 발레단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두 곳밖에 없는 데다 정원이 정해져 있어 신입 단원을 자주 뽑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해외 발레단의 입단 제안을 받는 경우가 꽤 많다.
콩쿠르의 우울한 이면은 결국 우리나라 공연예술 생태계가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공연예술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매우 느리게 증가하는 데 비해 예술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예술가의 수는 급증하고 있어서 괴리가 크다.
장지영 차장
[한마당-장지영] 콩쿠르의 이면
입력 2016-06-1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