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취업 스트레스… 공시 학원엔 1학년도 바글바글

입력 2016-06-12 19:05 수정 2016-06-12 21:33

취업 스트레스는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2병’(대학 2학년이 앓는 병), ‘사망년’(취업 전쟁이 시작되는 대학 3학년)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듯 갈수록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대입 전쟁’을 가까스로 뚫고 나오자마자 기다리는 것은 ‘취업 전쟁’이다.

권모(24·여)씨는 대학 1학년이던 2011년부터 취업 스트레스를 겪기 시작했다. 문과대생인 그는 각종 취업 공고를 볼 때마다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여는 온라인 취업 특강을 들으며 취업을 준비 중인 권씨는 지난해 11월 불면증을 앓으면서 수면유도제(졸피뎀)를 처방받았고, 현재까지 이 약을 먹고 있다. 권씨는 12일 “취업하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먹여 살리고 사회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이렇게 무력감이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계약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월급 200만원도 받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모(25·여)씨는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금융회사에 도전했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이젠 일반 기업으로 눈을 넓히고 있다. 이씨는 “가족이 실망할까봐 면접까지 올라가기 전에는 지원했다는 말도 안 한다”며 “지원하면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는데 떨어지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어, 컴퓨터에 각종 자격증은 물론 실무 경험까지 챙기는 일도 허다하다. 간호학과 2학년인 임모(21·여)씨는 이번 여름방학을 토익 공부와 봉사활동에 쏟을 예정이다. 오로지 취업을 위해서다. 임씨는 “3학년 때는 실습을 나가거나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에 2학년 때 자격증, 토익 등 조건을 맞추려고 한다”며 “주변에도 대부분 2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다른 대학 2학년인 최모(21·여)씨는 ‘취업 스펙’을 위해 영어학원과 컴퓨터학원에 다닌다. 웹디자인 아르바이트도 병행한다. 최씨는 “2학년인데도 취업 압박을 받는다”며 “친구 가운데 한 명은 2학년인데도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에는 대학 1학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 3학년 한모(27)씨는 “4학년 선배들이 졸업할 때가 되어도 취업이 안 되는 것을 보고 2학년 때부터 시험 준비를 하게 됐다”고 “공무원 시험은 졸업 여부와 상관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준협 임주언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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