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을 한동대 총장으로 재임했다. 돌이켜보면 비전과 사명으로 달려온 세월이었다. 학생들을 만나면 ‘아이 러브 유, 갓 러브스 유(I love you God loves you)’로 인사했다. ‘공부해서 남 주자’ ‘와이 낫 체인지 더 월드?(Why not changed the world)’는 수도 없이 외쳤다. 2013년 12월 마지막 채플 시간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 “미안합니다.”
평생을 과학자이자 연구자로 살아왔다. 그래서 경영자요 지도자로 사는 것이 서툴렀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 품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학생들이 준비한 ‘깜짝 퇴임 행사’는 잊지 못한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카네이션을 들고 모여들었다. 그날 복도는 학생들이 뿌려준 빨간 장미꽃잎 천지였다.
하나님은 각자의 인생 드라마에서 ‘나’라는 주연배우를 총지휘하고 감독하신다. 인생 무대를 돌아보면 온통 주님의 섭리와 은혜였다. 이제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 땅 교육 혁신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다.
나는 아직 꿈을 접지 않았다. 내 일생의 꿈은 ‘공부해서 남 주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생명을 주시고 구원을 베푸셨다. 그리스도인은 주는 사람이다. 한동대 시절은 이 목적을 실행했던 기간이었다. 지금의 교육은 양적인 성장만 강조할 뿐, 먼 미래를 준비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요즘 나는 교육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 하에 장대한 스케일의 교육실험을 기획 중이다. 바로 동양의 전통적인 정신문화와 서구의 합리적 정신을 상호 보완해 오늘날 지구촌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세계시민의식 교육’이다. 한국에서는 ‘세계시민교육’으로 번역되지만 영어로는 ‘글로벌 시티즌십 에듀케이션(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이다. 시민(citizen)과 시민의식(citizenship)은 다르다.
교육은 사람을 다룬다.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교육은 우리가 만들어 낸 21세기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우리가 변화해야만 우리로부터 초래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는 지난달 3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The 66th UN DPI/NGO Conference)에 참석해 기조발표를 했다. 유엔아카데믹임팩트 한국협의회와 UN이 공동으로 미래 지구촌의 지속적 발전과 번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대회를 연 것이다. UN 창립 이래 교육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한국에서 개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 콘퍼런스에서 ‘세계시민의식 교육’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 바탕에는 내가 나고 자란 곳, 경북 안동 지례동 양동댁에서 출발했던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약력=1939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주립대 금속공학석사, 뉴욕 RPI 공대 재료공학박사. 미국항공우주국(NASA), 뉴욕 인코(INCO)중앙연구소 근무. 1979∼1995년 카이스트 교수. 1995∼2014년 한동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역임. 현 유엔아카데믹임팩트 한국협의회 회장. 서울 온누리교회 장로.
[역경의 열매] 김영길 <1>“공부해서 남주자” 정신을 세계시민의식 교육 모토로
입력 2016-06-12 20:49 수정 2016-06-12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