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紙 작가 전광영 ‘화업 50년’ 국내 회고전

입력 2016-06-12 18:52
경주 우양미술관 회고전에 출품한 한지 작품 ‘집합’ 옆에서 포즈를 취한 전광영 작가. 우양미술관 제공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전광영(72) 작가는 한지 입체 그림으로 유명하다. 도제식 미술교육을 피해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추상표현주의에 매료됐으나 이방인으로서 혼돈의 시기를 보내다 77년 귀국했다. 90년대 중반 스티로폼으로 만든 삼각형 조각을 한지로 싸서 끈으로 동여매는 방식으로 ‘집합’이라는 작품을 개척했다.

작업의 모티브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자주 드나들던 한약방에서 본 한지에 싸인 약재봉지에서 얻었다. 한지, 고서, 노끈을 재료로 사용하는 그의 작품은 향토색과 아련한 빛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추상작품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노스탤지어(향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화업(畵業) 50년, 귀국 후 국내 정착 40년, 한지 작업 20년을 맞이한 그가 경북 경주시 우양미술관에서 9월 30일까지 회고전을 연다.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가 3년 만에 갖는 국내 개인전이다. 평면과 설치 작품 등 67점을 선보인다. 70년대 미국 유학시절 작업했던 추상작품이 처음 공개되고 최신작까지 작품세계의 전반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우양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을 겸한다. 우양수산이 힐튼경주와 함께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양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작가의 추상표현주의 작업 중 미공개작 8점과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작품 중 현재 남아있지 않은 10여점을 다시 제작해 시기별로 선보인다.

미국 코네티컷주 얼드리치미술관과 일본 도쿄 모리아트센터 등 해외 전시를 통해 독자적인 조형철학을 평가받은 작가는 2010년 이후부터 한지 작품의 색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를 향한 작업이다. 인간의 욕망과 갈등의 알레고리를 ‘Dream(꿈)’ ‘Star(별)’ ‘Desire(욕망)’ 등 부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054-745-7075).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