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은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환골탈태했다. ‘장화홍련’ ‘서편제’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새로운 스타일의 창극을 앞세워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버리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립창극단 단원 중에서도 스타가 나오고 있다. 오는 15∼19일 ‘배비장전’의 남녀 주역을 맡은 이소연(32)과 김준수(25)가 대표적이다.
국립창극단 최고 미남미녀로 꼽히는 두 사람은 2013년 초 입단한 동기다. 국립창극단이 10년 만에 치른 신입 단원 오디션으로 들어왔지만 두 사람 모두 그 전부터 연수 또는 객원 단원으로 활약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소연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에서 활동하다 2010년 국립창극단의 ‘춘향 2010’ 공개오디션에 합격한 이후 ‘청’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배비장전’은 두 사람이 입단 직전 주역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던 작품이다. 2012년 말 초연 당시 두 사람은 당시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인 남상일-박애리와 함께 더블 캐스팅 됐었다.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초연 때보다 훨씬 재미있는 연기를 관객에게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비장전’은 조선시대 관원 배비장이 제주 기녀 애랑의 유혹 앞에서 본색을 드러낸다는 내용으로 위선 떠는 벼슬아치들의 이중성을 풍자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두 선배의 농익은 코믹 연기 앞에서 두 사람은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이소연은 “노련미는 연륜이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박애리 선배는 아우라가 정말 달랐다. 당시엔 열심히 하는데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준수 역시 “코미디 연기가 발군인 남상일 선생님 옆에서 많이 배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당시엔 선생님의 조언을 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남상일-박애리가 나간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을 도맡아 하며 새로운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이소연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도 공연돼 호평받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비롯해 ‘수궁가’ ‘다른 춘향’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무르익은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뮤지컬 ‘아리랑’에도 캐스팅 돼 기존 뮤지컬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소연은 “김 감독님 취임 이후 국립창극단에서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연출가들과 작업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엔 연출가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창극 배우들도 얼마든지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요즘 시대에는 소리꾼들이 다른 장르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22세에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김준수는 ‘메디아’의 이아손, ‘춘향전’의 몽룡 등을 패기있게 소화하며 국립창극단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의 판소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김준수는 “무대 위에서 ‘논다’고 할 만큼 배우로서 아직 노련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 작품을 할수록 많이 배우고, 내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면도 발견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이몽룡 같은 반듯한 이미지의 배역에 어울린다는 평이 많지만 앞으로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 무대 위에서 여유가 조금 생긴 덕에 코믹한 작품에서 애드립을 한두 개 던질 정도는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변화하는 창극의 간판격인 두 사람은 창극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노년층이나 학생들 위주였던 객석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연 애호가들 사이에서 창극이 사랑받는 것은 무엇보다 기쁘다.
두 사람은 “최근 국립창극단의 변화에 대해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젊은 소리꾼 입장에서 판소리의 뿌리는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한편 시대에 맞게 창극의 변화를 추구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배비장전’ 주역 이소연·김준수 “새로운 시도로 젊은 세대와 소통”
입력 2016-06-12 18:44 수정 2016-06-12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