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이 처음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수사의 칼끝은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롯데그룹이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불투명한 거래 등 불법·탈법적인 방법을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0일 롯데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롯데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의 액수와 사용처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롯데그룹을 넘어 이명박정부 인사들까지 향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이 이명박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로비를 통해 다양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檢, 수년간 롯데 수사 바닥 다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지난해 3월 2011∼2012년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의 비리 관련 정보들도 축적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2014년 우리홈쇼핑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해 신헌 전 대표 등을 구속했다. 올 3월 초에는 감사원이 검찰에 롯데홈쇼핑 인허가 연장 과정에 대한 비리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도 검찰 수사에 호재가 됐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숨겨왔던 그룹 지배구조가 상세히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로비에 휘말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을 발견했고, 롯데그룹에서도 증거인멸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자 서둘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압수수색한 롯데그룹 6개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정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사다. 또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전산·광고·물류 분야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비상장사는 상장사와 달리 회계처리가 불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어 내부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기 좋다. 특히 그룹 전산 관리를 전담하는 롯데정보통신과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업을 하는 롯데피에스넷이 압수 대상에 포함된 것도 계열사 간 부당거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롯데그룹을 총괄하는 조직인 정책본부가 깊숙이 관여했고, 오너 일가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도 검찰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기업의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토지, 빌딩, 사업체 등을 의미한다. 검찰은 이 같은 자산 거래 과정에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져 특정 계열사가 부당이득을 남긴 정황을 여럿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오너 일가의 비자금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또 비합리적인 자산 거래를 주도한 일부 임원들에게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사정(司正) 칼날 MB정부로 향하나
검찰 수사를 통해 비자금 사용처가 확인될 경우 롯데그룹 수사는 정관계로 확대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명박정부 시절 인수·합병(M&A) 등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재계 서열 5위까지 덩치를 키웠다. 그때마다 정부가 롯데그룹에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대정부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롯데칠성음료는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를 5030억원에 인수하면서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정부는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사업 진출도 신속하게 허가해 줬다. 호텔롯데는 2010년 AK글로벌을 인수하면서 면세점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독과점적 지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관세청은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 승계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호텔롯데의 AK글로벌 인수를 승인해 형평성 논란이 빚어졌다.
2009년 건축이 허가된 제2롯데월드는 항공기 이착륙 위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활주로 각도를 변경해주기까지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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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끝, 롯데 오너 넘어 MB정부 겨누나
입력 2016-06-10 17:45 수정 2016-06-10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