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화제] 악명 높은 난민 밀입국업자, 잡고 보니 동명이인

입력 2016-06-10 18:09 수정 2016-06-10 18:13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유럽에서 난민 밀입국 업자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들은 가난한 난민에게 비싼 승선료를 받고 정원을 초과한 난민선을 운행하거나 난민을 상대로 성폭행과 인신매매도 일삼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와 영국 경찰은 수사 공조를 통해 아프리카의 난민 밀입국 총책임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체포된 이가 무고한 난민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달 말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체포한 에리트레아 출신 메레드 메드하니(35·오른쪽 사진)를 로마로 압송해왔다고 지난 7일 공개했다. 메드하니는 리비아와 수단에서 활동하는 난민 밀입국 조직 수장으로 그동안 1만3000여명의 유럽행에 관여해 왔다. 2013년 10월 지중해에서 전복돼 359명이 숨진 난민선도 그가 띄운 것으로 알려져 수배받아 왔다.

그런데 압송된 이가 메드하니가 아니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메드하니를 통해 유럽에 밀입국한 안베스 예마네(23)는 “메드하니가 총으로 날 위협한 적이 있어 얼굴을 뚜렷이 기억한다”며 “그는 메드하니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남성도 마찬가지 증언을 했다.

가디언도 체포된 이가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메드하니 베르헤(29·왼쪽)라고 설명했다. 베르헤의 누나 세겐은 가디언에 “동생이 2주 전 갑자기 사라졌는데 며칠 후 이탈리아 경찰에 손이 묶인 채 로마에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누나 휴잇도 “이름이 비슷해 경찰이 오인한 것 같다”고 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탈리아 검찰은 신원 재파악에 나섰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