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계 5위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주 일가가 계열사를 동원해 수백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핵심이다. 이명박(MB)정부 시절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 롯데그룹을 둘러싼 정경유착 의혹도 수사 구상안에 들었을 공산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10일 롯데그룹 본사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및 롯데쇼핑,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 대홍기획 등 주요 계열사 6곳을 압수수색했다. 롯데호텔 34층 신격호(94) 총괄회장 집무실과 26층 신동빈(61) 회장실, 평창동 신 회장 자택 및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 등 총 17곳이 대상이 됐다. 오너 일가와 그룹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수사라는 뜻이다. 검찰은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69) 부회장 등 핵심 임원 수십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은 해외 출장 중이고, 신 총괄회장은 고열로 전날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압수수색 현장에는 없었다.
검찰은 장기간 롯데그룹 수사를 준비해 왔다.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롯데쇼핑과 대홍기획 등으로 이어지는 수상한 자산 이동 정황을 포착했다. 롯데 계열사가 매출 기록을 누락하거나 내부 부당거래로 비자금을 만든 단서도 잡았다. 우리홈쇼핑 인허가 연장 비리, 대홍기획 등의 탈세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행위가 개별 계열사 차원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정책본부가 비자금 조성·관리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한다. 비자금이 신 회장 등에게 흘러가 경영권 유지 및 계열사 지분 확보 등에 쓰였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순차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룹 내 친 MB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들이 중점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발견됐다. 상당수 비리 첩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파악된 정황이나 롯데그룹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탈세 등 전체 범죄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2개의 인지 부서가 이례적인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가동돼 200명 이상의 인원을 압수수색에 투입한 것도 수사 범위와 대상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감사원과 국세청이 롯데 계열사를 조사했던 자료도 넘겨받았다.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신 회장과 형 신동주(62)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분쟁도 검찰에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된 다수의 첩보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
롯데그룹 수사는 지난 8일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이틀 만에 시작된 것이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가 검찰 수사를 내세워 본격적인 재계 사정(司正)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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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일가 수백억대 비자금 의혹 ‘정조준’
입력 2016-06-10 20:05 수정 2016-06-1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