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110일 동안 진행한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대 고비를 넘겼다. 한때 법정관리설까지 불거졌던 현대상선으로선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지음에 따라 해운동맹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은 선주들과 3년6개월간 지급해야 할 용선료 2조5000억여원 중 5300억여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10일 공식 발표했다. 컨테이너 선주들과는 20%, 벌크 선주들과는 25% 수준의 용선료 조정을 합의했다. 인하에 합의한 금액은 전체 용선료의 약 21%에 해당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조정 합의 의사를 확보한 만큼 이달 말까지 모든 선주들과 본 계약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당초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의 목표치로 약 28.4% 수준(3년6개월간 7200억원)을 제시했으나 목표치에 미달되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협상 결과를 승인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정상화의 핵심 과제였던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출자전환 등의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증권 매각 완료로 부채 비율이 700%대로 하락했고, 용선료 조정 및 출자전환까지 마무리될 경우 400% 이하로 떨어진다”며 “정부 선박펀드 지원 조건을 충족시켜 초대형·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한 선대 경쟁력 강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22일부터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 본격 돌입했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5월 들어선 분위기가 더 나빠져 제3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 현대상선이 배제됐다. 당초 정부가 정했던 용선료 데드라인인 5월 20일이 가까워져서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선주들을 서울로 불러 협상을 시도했다. 선주인 조디악이 불참해 난항을 겪었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에얄 오퍼 조디악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등 노력한 끝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첫 집회 하루 전인 30일에 “용선료 협상 합의가 기대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대 고비는 넘겼지만 해운동맹에 합류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디 얼라이언스 측은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을 본 뒤 가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서 해운동맹 합류도 더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측은 “정상화 추진을 위한 핵심 과제였던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추진 중인 얼라이언스 편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끝내면서 양대 해운사의 한 축인 한진해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대형 선사 위주로 배를 빌린 것과 달리 한진해운의 선주들은 다국적 중소 선사가 많아 협상이 더욱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지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압박도 한진해운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구원투수로 나선 이후 1조원 정도를 지원한 만큼 추가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진해운 지분 33.2%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에 역대 1분기 중 최대인 3233억원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한진해운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반영돼 174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김현길 유성열 우성규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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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용선료 5300억 인하… ‘회생’ 숨통 텄다
입력 2016-06-11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