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청산”은 말뿐… 관심은 상임위원장 조정

입력 2016-06-10 17:44 수정 2016-06-11 00:04
새누리당이 10일 정책 워크숍을 열고 “이 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선언문만 낭독해 무늬만 계파 청산이란 말이 나왔다. 당의 중추 역할을 할 3선 이상 의원들은 온 종일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워크숍엔 당 소속 의원 122명 중 110여명이 참석했다. ‘다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이라고 적힌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등 분위기는 좋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개혁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특강을 했고, 8개로 조를 나눠 토론도 했다.

당초 비공개 토론 때 당내 현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총선 참패를 불러온 공천 파동이나 무소속 의원들 복당 문제를 거론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병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내 문제점에 대해 아예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강의실 맞은편에 마련된 VIP 대기실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원하는 3선 이상 의원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 희망자들을 따로 소집한 자리였다.

새누리당에선 현재 3선 의원 22명과 상임위원장 경험이 없는 4선 의원 2명 등 24명이 8개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통상 전·후반기 2년씩 맡아온 것을 감안하면 16명까지가 안정선이다. 게다가 원 구성 협상이 ‘조기’ 마무리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일이 급하게 잡히는 바람에 위원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던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람은 많고 자리는 한정돼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안전행정위원장을 희망하는 유재중 의원은 경쟁자인 강석호 의원을 만나자 “강 의원은 더 큰 정치를 하시라”며 에둘러 양보를 권했다. 강 의원은 “보통 이럴 땐 선수와 나이 순 아니냐”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에 관심 있는 4선의 신상진 의원은 3선 김학용 의원을 겨냥해 “형님 먼저 하고 아우가 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기획재정위원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혜훈 의원은 “야당은 상임위원장 두 명을 여성 의원으로 하기로 했다”고 여론전을 폈다.

정 원내대표는 “당사자들끼리 충분히 조율할 시간을 준 것”이라며 “12일 저녁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고 했다. 일단 20대 국회 전반기엔 1년씩 두 명이 맡고, 후반기는 2년을 채우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그러나 내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부분 전반기 위원장 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교통정리에 실패할 경우 13일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박을 사들고 워크숍 현장을 찾았다. 김 수석은 김무성 전 대표, 정 원내대표 등과 따로 환담을 나눈 뒤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과천=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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