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징금 주먹구구로 매기고 깎아준 공정위

입력 2016-06-10 17:38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지나치게 높게 물리고 이를 다시 원칙 없이 감면해주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5개 사업자에 5조2471억원의 기본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세 차례 조정을 통해 최종 확정된 과징금은 55.7% 줄어든 2조3222억원이었다. 감사원은 과징금 업무가 부당하게 처리됐다고 보고 관련 공무원을 징계 또는 주의 조치하도록 공정위에 통보했다.

공정위가 조정을 거쳐 기본과징금을 깎아준 것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다. 해당 기업의 정당한 소명이나 경영 여건 등을 받아들여 과징금 산정에 반영한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행정 행위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감액 기준을 활용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사실이다.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규정과는 무관하게 ‘위반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현실적 부담 능력’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근거에 따라 너무 주먹구구로 깎아줬다는 것이다. 실제 한 건설업체는 과징금의 90%를 감면받았다. 과징금 감면 사유가 기업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기도 했으며 이미 인정된 감면 이유가 2, 3차 조정에서 다시 적용돼 중복 감면받은 사례도 있다.

흔히 공정위를 경제검찰로 부른다. 공정경쟁을 해치는 기업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의미다.

힘 있는 기관일수록 업무 처리가 엄정해야 한다. 자의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면 신뢰를 잃게 되고 위상은 추락한다. 공정위의 처지가 지금 그렇다. 과징금 부과 소송에서의 공정위 패소율은 국세청 관세청 등 타 기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과징금 환급액 역시 작년 8월 현재 3488억여원으로 지난 3년 새 무려 10배 증가했다. 공정위는 재량권 남용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감경 범위를 줄이는 등 과징금 부과 제도를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