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메시… 클럽에선 ‘神界’ 국가대표 ‘無冠’

입력 2016-06-11 04:27
FC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세비야와의 결승에서 승리한 후 아들 티아고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메시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에 패한 뒤 우승컵을 앞에 두고 쓸쓸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장면. 메시는 클럽 팀인 바르셀로나에선 무려 28회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조국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는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AP신화뉴시스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29·FC 바르셀로나)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신기에 가까운 묘기는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다는 뜻으로 ‘신계(神界)’의 선수로 불린다. 그런데 조국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한 없이 작아진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무관(無冠)’이다. 하지만 이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그가 ‘무관의 한(恨)’을 떨칠 채비를 하고 있다.

1995년 그의 고향 아르헨티나 로사리오를 연고로 하는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메시는 2004년 드디어 세계 최고의 무대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밟았다.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업적은 화려했다. 12년 동안 무려 28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프리메라리가 8회, 코파 델 레이(국왕컵) 4회, 프리메라리가 우승팀과 코파 델 레이 우승팀이 맞붙는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UEFA 슈퍼컵 3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난다.

개인상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세계 최초 발롱도르 4회 연속 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수상을 더해 총 5회로 최다 수상자가 되는 영예도 얻었다. 그야말로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다 가졌다.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티에리 앙리(39)는 “메시는 인간이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고 사실이다. 공과 함께 그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조국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선 준우승에 그쳤다. 메시는 당시 슬픈 마음에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부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시상식 직전 메시를 위해 준비했던 MVP 트로피를 치우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난 뒤 곧바로 벗어버렸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총 세 차례 출전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메시는 대회 최고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지만 웃지 못했다. 당시 우승 팀인 독일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자 허망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메시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 보다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6)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메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마라도나도 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마라도나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 2016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석해 “메시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리더로서의 개성은 없다”고 혹평했다. 오히려 메시의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를 두둔했다. 마라도나는 “호날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스타플레이어”라며 “그는 혼자 힘으로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을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날두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런 메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창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다. 내년이면 30살이 되는 메시에게도 이번 대회가 사실상 메이저대회 왕관을 쓸 수 있는 마지막 대회다. 메시는 최근 탈세 혐의와 허리 부상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딛고 11일 파나마전에 출격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기회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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